삼성물산과 엘리엇 ‘합병전쟁’ 일지

손봉석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결의를 발표한 5월26일 이후 합병을 최종 결정짓는 주주총회가 열린 17일까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어소시에이트(Elliott Associates, L.P. 이하 엘리엇)와 숨가쁜 대결을 벌였다.

삼성물산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69.53%의 찬성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법정 공방에 여론전까지 포함한 삼성과 엘리엇의 치열했던 ‘전쟁’을 일지로 정리했다.

5월26일-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의 주식 전량을 매입하는 방식을 통해 합병을 진행키로 한다’고 발표했다.

5월 27일-엘리엇은 삼성물산에 합병 반대의사를 공식통보했다.

6월4일-엘리엇은 경영참가를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식 1112만5927주(지분 7.12%)를 장내 매수해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엘리엇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이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 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이 모여있는 서초동 삼성타운의 삼성물산 회사 깃발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삼성그룹이 모여있는 서초동 삼성타운의 삼성물산 회사 깃발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6월5일-엘리엇은 삼성물산의 1대 주주 국민연금을 비롯 삼성SDI,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주요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엘리엇은 서한에서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합리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어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8일-한국거래소는 국민연금이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보유를 공식화한 4일 302억원어치(43만8571주)를 순매수한 데 이어 5일에도 785억원어치(105만6781주)를 순매수했다고 밝혔다.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 강남사옥 로비의 모습|연합뉴스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 강남사옥 로비의 모습|연합뉴스

6월9일-엘리엇이 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엘리엇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 데 변함이 없다”며 “합병안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늘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이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6월16일-엘리엇은 삼성물산에 주주 명부와 이사회 회의록 열람을 요구했다. 제일모직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합병보고서 수정본에 따르면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에 주주 명부의 열람·등사와 올 1월1일부터 합병이 발표된 5월26일까지 이사회 회의록 열람을 청구했다.

6월17일-블름버그 통신은 삼성물산이 헤지펀드 엘리엇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와 손잡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6월18일-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대한 추가정보를 한국어로 제공하는 웹사이트(www.fairdealforsct.com)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엘리엇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6월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엘리엇 측이 신청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주주총회 소집·결의금지 및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에 대한 첫 심문을 실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 심리로 열린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 기일에서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제시한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의 합병비율은 기업가치를 고려할 때 불공정하다”고 밝혔다.

6월20일-엘리엇이 7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우군 확보 전쟁에 뛰어든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에 주주 명부의 열람과 등사를 청구했다. 이는 주주들과 접촉해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삼성과 엘리엇은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 비계열사 기업 주주 등을 만나면서 우군 끌어들이기 전쟁을 본격화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안이 통과하려면 주주총회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주주의 참석률을 70%로 볼 때 삼성은 최소 47%의 찬성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엘리엇은 3분의 1인 23%를 확보하면 합병 안을 부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동일인 지분 13.99%에 KCC 보유 지분 5.96%를 더한 삼성 측의 우호 지분은 19.95%로 승리를 위한 매직 넘버 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관측도 있었다.

삼성물산과 엘리엇 ‘합병전쟁’ 일지

6월21일-상성물산은 엘리엇 측을 상대로 합병 관련 보고서인 서증 원본 제출의 명령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에 제출했다. 이는 삼성 측이 증거문서 변조 의혹을 제기하며 엘리엇 측에 반격을 가한 것이다.

6월24일-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불공정하다며 엘리엇이 의결권을 대리행사할 수 있도록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6월25일-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합병 성사를 위해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 측은 “주주총회의 원활한 진행 및 의결 정족수 확보를 위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한다”고 공시했다. 주총에 참석하기 어려운 일반주주에게 표를 몰아달라는 취지였다.

6월26일-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반대 주장을 담은 자료를 배포했다. 엘리엇은 이날 자사 인터넷 페이지에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제안에 대한 엘리엇의 추가 관점’이라는 제목의 15쪽짜리 자료를 올렸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이사회는 주주를 위한 최대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결여돼 있다”며 “최소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삼성물산 주주들의 장부가치 7조8000억원을 제일모직 주주에게 이전하는 합병 제안보다 훨씬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성물산도 이날 홈페이지에 24일 합병 설명자료를 업데이트하며 대응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합병으로 시너지 창출 매출이 6조원에 달한다”며 “사업 부문별로 따져보면 건설부문이 1조원, 상사부문 5000억원, 패션부문 2조원, 식음·레저부문 4000억원, 바이오부문 1조8000억원, 기타 신수종사업 3000억원 등”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본관 앞 전경|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삼성물산 본관 앞 전경|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7월1일-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부장)는 엘리엇이 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부당하다며 지난달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과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을 냈다. 한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이날 자사 회계사 2명을 삼성물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대리인으로 허위 기재한 혐의로 엘리엇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총 의결권 대리행사 위임장 용지와 참고 서류에 안진회계법인의 회계사 2명을 대리인으로 기재했다. 이런 내용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됐다.

7월3일-세계 최대 주주총회 의결권자문 기구인 ISS(기관투자자 서비스·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에 대해 반대 권고했다. 2012년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ISS의 주총 의안 분석 가운데 의결권 행사에 반영되는 경우가 74.3%에 달했다. 삼성물산은 입장 자료를 내고 “ISS 보고서가 경영환경이나 합병의 당위성·기대효과, 해외 헤지펀드의 근본적인 의도 등 중요한 사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엘리엇도 입장 자료를 내고 “엘리엇은 합병안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명확하게 입증한 ISS의 권고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7월7일-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는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KCC를 상대로 낸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삼성물산의 KCC에 대한 자사주 매각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불공정하거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 지분 7.12% 확보 사실을 밝힌 엘리엇은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 승계를 위해 부당한 비율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한다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을 냈으나 패소한 것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합병 성공을 위해 자사주 899만주(5.76%)를 KCC에 매각하기로 하자 이에 대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추가로 법원에 냈으나 이 역시 기각이 됐다.

엘리엇은 7월10일 소액주주들에게 합병 반대 동참을 호소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엘리엇은 성명에서 “그간 소액주주 분들께서 스스로 권리를 지키시기 위해 실로 놀랍고, 지속적이며 역사적인 수준의 행동력을 발휘하시는 것을 목도했다”며 “근래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루머와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삼성물산 주주분들께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인수 계획(합병안)에 대해 절대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혀주셨다”고 했다.

엘리엇 폴 싱어 회장 2002년 월드컵 방문  기념사진|뉴스커뮤니케이션스

엘리엇 폴 싱어 회장 2002년 월드컵 방문 기념사진|뉴스커뮤니케이션스

7월13일-엘리엇은 폴 싱어 엘리엇 회장의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엘리엇의 국내 홍보를 담당하는 뉴스커뮤니케이션스는 이날 폴 싱어 회장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폴 싱어 회장은 한국에 대해 오랫동안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도 이날 제일모직과의 합병 임시주총을 앞두고 대대적인 광고를 펼쳤다. 삼성 측은 전국 100개 이상 신문과 8개 증권방송, 4개 종편 채널, 2개 보도전문 채널, 네이버·다음 배너 등에 광고를 게재했다. ‘삼성물산 주주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엘리엇이 합병 주총을 무산시키려 합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미래가 방해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주식 단 한 주라도 위임해 주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엘리엇 측 관계자들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엘리엇에게서 의결권 대리 권유 사항을 위임받은 컨설팅 업체 리앤모로우 경영진 2명에게 14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안진회계법인 측은 “엘리엇이 이들을 대리인으로 위임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안진회계법인이 삼성물산에 대해 자문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가능한 일도 아니다”라고 언론에 전했다.

7월16일-서울고법 민사40부(이태종 수석부장판사)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금지 및 KCC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엘리엇의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비율이 불공정하고 합병목적도 부당하다는 엘리엇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적법하게 산정됐고, 합병 공시 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승한 점을 봤을 때 합병목적이 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양재동 AT센터|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양재동 AT센터|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7월17일-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갖고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가결했다. 찬성표는 69.53%였다. 이날 임시주총에는 참석한 주주와 의결권 대리 행사를 한 주주를 모두 포함해 1억3054만8184주의 의결권 있는 주식 총 83.57%가 참석했다. 같은 시각 열린 제일모직 임시주총은 만장일치로 25분여만에 합병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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