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재고 급증…하반기도 회복 전망 흔들

임지선 기자

수요 둔화와 미·중 갈등에 발목

반등 연말 이후로 늦춰질 전망

일각에서는 여전히 낙관론 펼쳐

메모리 반도체 재고 급증…하반기도 회복 전망 흔들

올 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자 반도체 업계에서는 2분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는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구매를 중단한 고객들이 늘면서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는 무섭게 쌓여가고 있으며 미·중 무역전쟁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의 회복 시점을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늦춰잡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19일 내놓은 ‘반도체 하반기 산업전망’ 보고서를 보면 지난 1분기 말 메모리 반도체 회사의 재고자산회전일수는 SK하이닉스 124일, 미국 마이크론 135일, 삼성전자는 193일로 추정됐다.

재고자산회전일수란 재고자산을 매출원가로 나누고 91.3일을 곱한 수치로 창고에 쌓인 재고를 일 단위로 나눈 개념이다. 쉽게 말해 SK하이닉스는 재고가 124일치, 삼성전자는 193일치가 남아 있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중반 메모리 반도체가 한창 호황일 때 반도체 회사들의 재고자산회전일수는 2주 내외였다. 만드는 동시에 바로 팔려나갔던 것이다. 반면 지금은 팔리지 않은 물건이 엄청 쌓여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재고회전일수는 (추정치보다)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반기 회복의 근거였던 수요도 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의 투자와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되면 하반기에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미·중 무역분쟁 타결이 전제로 깔려 있었다. 그러나 1분기를 지나면서 미·중 간 무역 협상을 둘러싼 갈등이 오히려 심화되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예고되면서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리란 기대감이 꺾이고 있다. 화웨이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최대 고객사 중 한 곳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분쟁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기울기를 둔화시키고, 화웨이 제재는 반도체 수요 공백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세계 6위의 미국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은 올해 화웨이 제재의 영향으로 20억달러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전망을 점차 낮추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낙관적인 요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화웨이 제재로 장기적으로 한국 메모리 업계가 세계에서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열려 있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새로 도약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지금은 그 시기를 연말까지 혹은 내년 초까지 늦춰서 보고 있다”면서 “5G 스마트폰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여력 등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수요가 살아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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