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지분, 왜 이재용에 몰아주지 않았을까

조미덥 기자

업계 관측 깨고 법정비율로 나눠 부인 홍라희씨 개인 최대주주로

시가 20조 규모…이부진·이서현 계열 분리 땐 ‘종잣돈’ 역할 분석

유족 각각 지분 3% 밑돌아 의결권 행사…이재용 경영권에도 유리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4.18%)이 법에 정한 비율대로 유족 4명에게 상속됐다. 부인 홍라희씨가 9분의 3, 자녀 3명이 각각 9분의 2씩 상속받았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상당 지분을 몰아줄 가능성이 있다는 재계의 관측을 깬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이 물려준 삼성전자 지분의 가치가 시가로 20조원 규모에 달해 아무리 가족이라도 양보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또 장기적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계열 분리를 하든, 삼성 일가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든 삼성전자 지분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경향신문이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으로 이 회장의 삼성전자 상속 지분 가치를 계산한 결과 20조3157억원이었다. 홍씨가 6조7719억원, 세 자녀가 각각 4조5146억원어치를 상속받았다. 올해 1분기 주당 배당금(361원)이 4분기까지 이어지고 지난해와 같은 특별배당이 없을 것이라 가정하면 상속 지분에 따른 배당금 효과는 홍씨가 1200억원, 세 자녀가 각각 800억원에 달한다.

이 사장과 이 이사장 입장에서는 상속받은 삼성전자 지분이 호텔신라나 삼성증권 같은 삼성 계열사 시가총액(각각 3조원대 후반)보다 큰 데다 매년 현금 800억원 이상이 나오는 캐시카우여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쉽게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홍씨도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주주(지분율 2.30%)에 올라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을 대신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 삼성 일가의 행보에 사회적 시선이 쏠리는 상황에서 법정비율대로 상속해 자칫 일어날지 모르는 분쟁의 소지를 없앨 필요도 있었다.

장기적으로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이 삼성에서 계열 분리를 시도할 경우 삼성전자 지분이 종잣돈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업계에선 단기적으로는 가능성이 낮지만,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이 각각 경영에 참여한 호텔신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갖고 독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채이배 전 의원은 “삼성은 이병철 선대 회장이 자녀 간 공동 경영 없이 삼성 외에 CJ, 신세계, 한솔로 독립시킨 바 있다”며 “이런 전례로 보면 장기적으로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자매의 계열 분리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남매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호텔신라가 삼성에서 떨어져 나갔을 때 실익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이사장은 현재 경영에서도 손을 뗀 상태”라며 계열 분리 가능성을 낮게 봤다.

삼성 경영권을 승계한 이 부회장이 ‘4세 경영은 없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삼성이 향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 해도 삼성그룹의 매출과 시가총액의 8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소유’를 상징하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런 점도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법정비율대로 상속된 이유 중 하나란 해석이 나온다.

법정비율 상속은 삼성전자에 대한 일가의 의결권을 유지하는 방안도 된다. 국회는 지난해 말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의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합산 3% 제한’이던 정부 원안이 ‘각각 3% 제한’으로 후퇴해 감사위원 분리선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있었다. 상속 후 유족의 삼성전자 지분은 모두 3%를 밑돌기 때문에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출 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이 부회장에게 이 회장 지분 4.18%를 몰아줬다면 이 부회장으로서는 3%를 넘는 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지만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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