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역보험공사, ‘해외자원개발펀드’ 보증했다가 세금 3000억 '날릴 판'

강연주 기자
한국무역보험공사 해외자원개발펀드 지원내역 현황. 김성환 의원실 제공.

한국무역보험공사 해외자원개발펀드 지원내역 현황. 김성환 의원실 제공.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가 민간에서 진행하는 대규모·고위험 자원개발펀드 사업을 보증하면서 사업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아 수천억원 손실금 보상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무보는 ‘해외자원개발펀드보험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재까지 1억9900만달러(2263억원)의 세금을 민간투자 손실금 보상에 투입했다. 아직 만기되지 않은 두 개 사업에도 최대 2945억원에 달하는 보험금이 추가 지급될 수 있어 손실규모는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해외자원개발펀드보험은 위험성이 높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고자 2006년 11월에 도입된 제도다. 펀드의 주체는 민간이며, 무보는 민간의 투자금을 보증한다. 2008년 무렵 이명박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이 제도를 활성화해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위험성을 최대한 떠안도록 했다. 무보도 이 시점부터 해당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김성환 의원실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무보가 보증한 7건의 해외자원개발펀드 가운데 5건이 현재까지 만기됐는데 이 중 3건에서 2264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 무보가 지급한 보험금이 민간으로부터 수령한 보험료보다 2000억원 이상 많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현재까지 무보가 보증한 해외자원개발사업 가운데 보험료로 수령한 금액은 558억원에 불과하다”며 “무보가 2822억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면서 손실액만 2264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같은 큰 손실이 발생한 이유로 무보의 부실한 사업성 검증을 꼽았다. 가장 큰 보험금이 발생한 미국 샌드리지 육상유전펀드 사례의 경우, 무보는 이 펀드를 인수할 때 ‘국제 유가가 50달러 이하로 하락하더라도 단기적 손실은 자기책임부담금(7500만달러)으로 방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국제 유가가 급락하며 50달러 아래로 형성되자 샌드리지사는 2016년 1월 뉴욕증시에서 상장폐지 됐고, 이에 무보는 사모펀드인 에이티넘파트너스와 우정사업본부 등에 2727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만기 미도래 해외석유개발펀드보험 현황. 김성환 의원실 제공.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만기 미도래 해외석유개발펀드보험 현황. 김성환 의원실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앵커 해상유전’ 사업은 내부 사업성 검토 결과 내부수익률이 기준보다 낮아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유가 헤지거래(위험회피거래) 인수 등을 조건으로 최종 승인됐다. 내년 1월 만기를 앞둔 이 사업의 누적수익률은 ‘-28.74%’이다. 앵커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배당한 금액을 제한 예상 보험금은 9400만달러(1112억원)에 달한다.

2023년 3월 만기되는 패러렐 펀드는 상황이 더 나쁘다. 패러렐의 누적수익율은 ‘-38.86%’로 현재까지 배당된 금액을 제한 손해액은 1억5500만달러(1833억원)이다. 두 펀드에서 무보가 지급해야 할 최대 금액이 약 2945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보험금 지급을 위해서는 세금의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 해외자원개발펀드보험의 보험금은 무역보험공사의 ‘투자위험보증계정’에서 지출되는데, 현재 계정 잔액은 3350만달러(396억원)에 불과하다. 정부의 내년 예산에 2500만달러가 반영될 예정이나, 무보는 당장 내년 1월에 만기되는 앵커 사업의 보험금 지급을 위해서라도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의원은 “MB정권의 자원개발 사업은 아직도 우리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민간의 고수익을 겨냥한 모험투자 손실마저 국민 세금으로 떠안게 된 자원비리사태의 책임을 반드시 따져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호 무보 사장은 18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저희 입장에서는 사업성 검토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셰일가스 등 석유시장에서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다”며 “결과론적으로는 부족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Today`s HOT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400여년 역사 옛 덴마크 증권거래소 화재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장학금 요구 시위하는 파라과이 학생들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케냐 의료 종사자들의 임금체불 시위 2024 파리 올림픽 D-100 솔로몬제도 총선 실시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