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요소수 품귀에 ‘화들짝’…대책 내놨지만, 실효성 ‘갸우뚱’

공업용의 차량용 전환·매점매석 차단…중국엔 원료 수급 협조 요청

중국산 수입 의존도 97%, 업계선 수입처 다변화 등 근본 대책 촉구

디젤 화물차 운행 차질 땐 물류대란 우려…소방차 등 특수차량도 영향

디젤 차량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에 사용되는 요소수 품귀 현상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고, 매점매석 행위를 강력 차단하기로 했다. 또 요소수 원료를 한국에 수출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수출 전 검사를 조기에 진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입처 다변화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매점매석 등 단속…효과는 미지수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환경부가 기술 검토를 마치는 대로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산업부는 철강, 화력발전, 시멘트 업계가 사용하는 산업용 요소수 재고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제공할 경우 산업 분야 대기 배출 규제를 일시 완화하는 방안 등도 환경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차량용 요소수 매점매석행위에 대한 긴급 차단에도 나섰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차량용 요소수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다음주 중 제정해 시행키로 했다. 최근 시장에서 요소수 물량이 빠르게 소진됨에 따라 일부 업자들이 요소수를 사재기해 폭리를 취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통상 10ℓ에 1만원 안팎을 오가던 요소수 가격은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15만원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환경부와 지방환경청에 매점매석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환경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관세청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합동 단속반을 가동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 대책이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용 요소수 재고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산 수입 97%, 수입처 다변화해야

이번 요소수 품귀현상은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로 촉발됐다. 중국이 석탄가격 상승, 전력난 등을 이유로 지난달 15일부터 요소 수출 전 상품 검사 실시를 의무화하는 바람에 사실상 수입이 중단된 상태다. 현재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의 수출 제한이 지속되면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요소 재고량이 이달 말쯤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중국에 수출 전 검사를 조속히 진행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내 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88%에서 올해 9월 기준 97%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요소수는 디젤차량 배출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모든 디젤차량이 요소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선택적 환원 촉매장치(SCR)가 장착된 차량은 요수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요소수가 부족할 경우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온다. 요소수가 적정량에서 부족할 경우 출력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게 돼 차량 운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특히 대형 화물차는 요소수를 사용하는 차량이 대부분이어서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떨어지면 물류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 가운데 60%인 200만대 정도는 SCR이 장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클레인, 레미콘, 소방차 등 특수차량 운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적기에 요소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소수 품귀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