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한류’부터 스마트팜 수출까지…맛과 기술로 주목받는 ‘K농업’

안광호 기자

동남아서 한국 딸기 인기 폭발…라면·장류 외에 쌀 가공식품 선전

한국형 스마트팜 해외 보급 늘며 관련 인력·기업 진출도 이어져

미래 먹거리 확보 위해 현지 전담 조직 양성 등 정책적 보완 필요

전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식품의 안정적 수급이 중요해지면서 농식품 수출 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농식품과 농업기술 등을 수출하는 ‘K농업’ 분야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딸기와 포도 등 신선 농식품과 김치와 장류, 인삼 등 전통식품이 인기를 끌면서 역대 최고의 수출 실적을 쌓고 있다.

한국형 온실·축산 스마트팜과 농기계, 종자 등 농업기술도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식량을 보급받던 나라에서 공여국으로 성장하고, 매년 쌀 5만t(300만명의 3개월분의 주식) 규모의 식량원조를 하는 모습 역시 K농업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다만 농업 수출 영토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홍보나 판로를 개척하는 일뿐 아니라 일본이나 프랑스 등 농업 선진국처럼 해외 현지에서 전문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전담인력과 조직을 확대·정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딸기·쌀 가공식품 등 ‘인기’

21일 농림축산식품부의 ‘농림축산식품 수출액 현황’을 보면, 올해 1~10월 농림축산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증가한 약 69억3010만달러로 집계됐다. 공급망 차질,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국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신선식품(12억2380만달러)과 가공식품(57억630만달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 13.0% 증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항공편 감소와 적재공간 부족, 올해 전 세계적인 공급난 등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현지 맞춤형 품목 수출을 늘리고 다양한 판촉·홍보와 함께 타국산과의 차별화 마케팅 등을 벌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K농업’은 한국의 농식품과 농업기술이 해외에서 창출한 유·무형의 성과를 말한다. 일종의 농식품 한류다.

농식품 분야에서는 딸기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딸기의 올해 1~10월 수출액은 491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3950만달러) 대비 24.5%나 뛰었다. 대표 국내 육성 품종인 ‘죽향’과 ‘메리퀸’의 경우 과육이 크고 단단한 데다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기온이 오르면 쉽게 물러지는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주로 동남아 등지에서 일본산 딸기를 대체하면서 현지 소비자들에게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10월 싱가포르에 대한 딸기 수출은 전년 대비 16.4% 증가한 1229만달러를 기록했다. 젊은층에서 선호도가 높은 베트남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24% 증가한 약 500만달러 수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포도는 23.9%, 인삼류 17.6%, 김치 14.3% 등 전년 대비 수출이 늘면서 K농업의 대표 신선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가공식품에서는 라면·장류 등 전통적 수출 효자 품목 외에도 쌀 가공식품이 선전했다. 같은 기간 쌀 가공식품(18.5%), 음료(17.3%), 라면(7.5%), 장류(4.0%) 등의 수출이 고루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건강식품과 가정간편식의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식에 대한 호감도가 커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홍보가 주목받으면서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중국·신남방 지역의 대형 온라인몰에 한국 농식품이 대규모로 입점할 수 있도록 ‘한국 농식품 전용관’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가 성과를 거뒀다.

■기술·자재·인력까지 ‘스마트팜 패키지’

대표 농업기술로는 ‘한국형 스마트팜’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형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유리온실·축사 등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농장의 일종으로, 원격 자동시스템을 통해 작물과 가축을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낮은 식량자급률과 고령화 등으로 열악해지는 농촌의 생산량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한국농산업조사연구소가 스마트팜을 도입한 국내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팜 도입으로 생산량은 32.1% 향상되고, 노동시간은 13.8%, 병해충 발생은 6.2% 각각 감소했다. 식량자급률이 낮은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에서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편이다.

한국형 스마트팜의 해외 보급도 늘고 있다. 최근엔 스마트팜만 수출하는 게 아니라 이와 연계된 기자재, 관련 인력, 기업 진출 등을 패키지로 묶어 수출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카자흐스탄 최초로 알마티에 약 9917㎡(3000평) 규모의 한국형 스마트팜 시범온실이 문을 열었다. 고부가가치 작목인 딸기와 카자흐스탄 국민의 주식인 토마토·오이를 대량 재배할 계획인데, 현지 언론에서 “위대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할 만큼 기대를 받았다. 아울러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현지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하는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에 대한 각국의 호응도 좋다.

K농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해외 현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전담조직’ 구성과 ‘전문인력 양성’ 등 정책적 보완도 필요한 시점이다. 권택윤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은 “일본, 프랑스, 독일 등 농업 선진국들의 경우 연구인력을 해외 현지에 장기적으로 체류시키면서 현지 먹거리와 농업기술을 연구하고 자국 농업에 접목시키고 있다”며 “수출산업으로서의 농업뿐만 아니라 자국에 미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장기적 안목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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