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물가 상승에 ‘인플레 공포’

지난달 수입금액, 전년보다 39% ↑

수출보다 올라…기업 경기 ‘답보’

소비 위축 등 회복세 부담 가능성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지난달 수입금액은 1년 전보다 40% 늘어나고, 이달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답보 상태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관련 지표가 크게 변동성을 보이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심리도 악화돼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고 기대인플레이션이 큰 폭 뛰는 등 경제 전반에 고물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에너지 가격에 의한 물가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0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통계를 보면 달러를 기준으로 한 지난달 수입금액지수(2015년 100 기준)는 150.27로 1년 전보다 39% 올랐다. 11개월 연속 상승했고, 오름폭도 9월 33.8%보다 커졌다. 수입금액지수 가운데 석탄·석유제품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13.1%에 달했다. 1990년 11월(448.6%) 이후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최진만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지난달 배럴당 80달러를 웃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 광산품(91.5%), 제1차 금속제품(69.5%) 등의 수입금액도 상승했다.

10월 수출금액지수(133.92)도 1년 전보다 25.2% 올라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수출가격보다 수입가격이 더 크게 오르면서 전체적인 교역조건은 나빠졌다.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10월보다 6.7% 하락했다.

원자재값 상승 부담은 기업들의 체감경기에도 반영됐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실적 BSI는 86으로 10월과 동일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에도 체감경기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제조업 업황 BSI가 석 달째 90을 나타냈고,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은 전월보다 1포인트 떨어진 83을 기록했다. 설문에 응한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불확실한 경제상황, 내수부진 등을 경영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12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는 1포인트 내린 85를 기록했다. 김대진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급 측 요인의 물가 상승 부담이 기업들 이익에 악영향을 미치고, 경제 회복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뛰지만 제품 가격 전가는 쉽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하고,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민간 소비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면서 “내년 1분기 정도에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계감을 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극심한 물가 변동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했다. 가파르게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기업들의 대출 부담을 높여 금융 시스템에도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은행 인플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