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상용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주영재 기자

자율주행은 융합의 기술이다. 자동차 공학과 인공지능, 센서 기술의 융합으로 그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낼 경우 책임의 소재를 누가 질지,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이 상충할 때 누구를 우선할지와 같은 법과 철학, 윤리의 문제도 함께 걸린다.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초기의 낙관론은 사라졌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레벨5)까지는 갈 길이 멀어도, 기계가 주행을 책임지고 인간이 필요에 따라 개입하는 레벨3~4 수준의 자율주행은 상용화가 그리 멀지 않다. 내년 레벨3 수준의 양산차도 나오고, 레벨4 수준의 유상운송도 서울 강남 지역에서 시범 실시될 예정이다. 자율주행은 다른 인공지능과 달리 안전, 생명과 직결된다. 특히나 도입 초기의 신기술이 잇따른 사고를 낼 경우 혹독한 침체를 겪을 수도 있다. 작은 실수도 용납해선 안 되기 때문에 철저한 ‘임상 시험’이 필요하다.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 오이도역 건너편에는 ‘마중’이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셔틀이 대기하고 있다. 주야간 정해진 시간 동안 이용자들이 전용 앱으로 예약하면 이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범사업은 국토교통부의 보조금 사업으로 주민들에게 자율주행 기술을 알리고, 자율주행 데이터 구축을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5월 시작했다. 오는 12월 말 사업 종료를 앞두고 연구 책임자인 이재완 서울대 미래모빌리티기술센터 연구교수를 만나 자율주행 기술의 현주소, 미래상을 들었다.

이재완 서울대 미래모빌리티기술센터 연구교수가 12월 1일 경기도 시흥에 있는 연구센터 자율주행차 종합상황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완 서울대 미래모빌리티기술센터 연구교수가 12월 1일 경기도 시흥에 있는 연구센터 자율주행차 종합상황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현재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몇년 전만 해도 자율주행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 했지만 지금은 상용화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보수적 입장이 강하다. 그래도 레벨3 수준은 국내에서도 개발됐고, 레벨4도 정부가 목표하는 2025년 상용화 시점에 맞춰 개발될 것으로 본다. 자율주행차는 차량 제조사와 스타트업이 바라보는 시점이 다르다. 완벽한 기술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시해 예상치 못한 오류로 사고가 나면 기업은 굉장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제조사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스타트업은 상당히 도전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선다.”

-자율주행이 미칠 영향은.

“자율주행차는 기계 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비용 기준으로 지금 자동차의 전자화가 30%가 넘고, 고급차는 40% 이상이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전자제품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단순히 자동차 기술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여러 센서 기술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종합적으로 기술이 발전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도시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가까운 시흥 배곧동을 봐도 주차난이 심각하다. 아직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못해 가정마다 자가용을 2대씩 소유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굳이 차를 소유할 필요 없이 공유하면 된다. 차를 공유하면 주차공간도 확보하고 거리에서 움직이는 자동차가 줄어드니 교통체증도 완화된다. 대기오염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서울 같은 대도시의 경우 많게는 교통량의 15~20% 정도가 주차장을 찾기 위해 배회하는 자동차다. 이런 차들이 교통체증 일으키는데 자율주행차를 공유해 완화할 수 있다.”

-차를 소유하려는 욕구는 여전히 강하다.

“지방 중소도시는 덜하지만 대도시의 경우 자가용을 소유하는 게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다. 대중교통과 공유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하면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아도 이동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미래 세대는 소유보다 공유의 개념에 더 친숙하리라 본다.”

-자율주행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교통 상황에 맞게 최적으로 주행하고 급가속·급제동을 하는 경우가 줄기 때문에 연비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특히 자율주행이 화물 운송에 도입되면 상당한 효과가 있다. 대규모 화물운송을 할 경우 군집주행을 하면 철새가 무리 지어 가면서 양력 효과를 보듯 화물차 간 거리를 최소화하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서 연비가 4~8%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배달로봇과도 연결되나.

“로봇배달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을 이용한 순찰도 가능하다. 이미 배곧생명공원에서 순찰 로봇이 시범운행 중이다. 순찰 기능이 있는 자율차가 주행하면 경찰의 순찰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자율주행차 윤리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책임 소재를 누구로 할 것이냐. 자율차를 개발한 제작사에 책임을 물을 것이냐, 차량 소유주에게 물을 것이냐 하는 복잡한 문제가 대두된다. 이를 사전에 사회적으로 합의해 정리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기술은 대부분 엔지니어의 영역에 그쳤지만 자율주행 기술은 윤리적·법적·제도적 문제를 다 다루기 때문에 관련 연구자가 함께 들어와야 한다. 우리 미래 모빌리티 컨소시엄 안에 11개 대학, 12개 연구팀이 있는데 여기에 경제와 법, 사회학 분야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사고 시 처리 기준은 합의됐나.

“아직 합의된 게 없다. 이런 문제로 기존의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는 자율주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길 꺼린다.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라는 말을 쓰면 사고의 모든 책임을 자동차 회사가 져야 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자동주행자동차(automated vehicle)라는 말을 쓴다. 세계자동차제작사협회(OICA)도 자율주행이라는 용어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최근 일본도 자율주행차라는 표현보다 자동주행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입장이다. 우리도 기술 개발 과정에서 자율주행차라는 용어를 쓰면서 일반 시민에게 자율주행이 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너무 큰 환상을 주고 있다. 물론 자동주행을 하다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으로 가겠지만 그 단계에선 책임 소재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전기차·자율주행으로 일자리 문제도 생긴다.

“전기차로 바뀌면서 부품수가 상당히 많이 준다. 기존 자동차 부품회사에 고용된 인원을 재교육해 전기차 분야로 전환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운수업계도 타격을 받는다. 지금은 자율주행차법상 안전요원이 의무라 당장 택시기사와 버스기사가 일자리를 잃진 않겠지만 완전 무인화로 가면 사라질 수도 있다. 과도기적인 기간에는 기술적으로 (무인화가) 가능해도 안전요원으로 탑승해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무인 자율화로 넘어가는 게 맞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평가한다면.

“자율주행 인지 기술은 레이더와 라이다, 카메라 센서를 종합하는 방식이 있고, 테슬라처럼 카메라에 기반하는 경우가 있다. 인간이 눈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받아 운전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카메라 기반이 맞지만 카메라 센서가 사람 눈의 성능을 따라오지 못하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신호등 신호를 인지할 때 에러율이 상당하다. 신호등을 오인지해 움직이면 사고의 위험이 크다. 주야간이 바뀌는 시점이나 터널을 지나면서 갑자기 조도가 바뀔 때 사람만큼 빠른 속도로 인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면 카메라 기반도 되겠지만 현재 기술로는 각종 센서의 장점을 택해야 한다. 200m 정도 떨어진 장거리 장애물을 감지하는 레이더와 50m 이내 근거리에서 보행자, 이륜차 등 모든 걸 감지하는 라이다의 장점이 크다. 상대적으로 카메라 센서에 비해 비싸지만 인지 능력은 이쪽이 탁월하다. 센서가 대량 생산되면서 값이 떨어질 수 있다. 자율주행기술을 구현해도 기존 자동차 가격에 10% 수준만 추가된다면 대중화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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