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재계 앞다퉈 ‘ESG위원회’ 설치…“실상은 중요성 인식 단계 머물러”읽음

노정연 기자

‘ESG 경영’ 바람 <끝>

[키워드로 보는 2021 산업]⑤재계 앞다퉈 ‘ESG위원회’ 설치…“실상은 중요성 인식 단계 머물러”

30대 그룹, 투자계획만 153조 넘어
110개 위원회 중 실질적 활동 ‘68곳’
300개 기업 대상 경영 평가 설문엔
5점 만점에 2.9점 나와 “보통 이하”

올해 국내 기업들의 경영 핵심 키워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글로벌 친환경 규제 강화 속에 기업의 환경 보호(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 투명성(Governance) 등 비재무적 요인이 투자를 결정짓는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떠올랐다.

기업이 이윤만 추구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커지며 재계에 ‘ESG 경영’이 빠르게 확산됐지만, 이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일었다.

■ESG 경영 ‘원년’, 환경 분야 투자 활발

올 초 재계 총수들은 친환경 사업과 사회적 가치 추구를 골자로 한 ESG 경영을 중점 과제로 꺼내들었다. 전담조직을 만들고 관련 투자 규모와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ESG 경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속도를 냈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코스피 상장사 82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10월 기준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은 123개였다.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중에는 절반 이상이 ESG위원회 설치를 완료했다.

ESG위원회는 기업 내 ESG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활동을 점검하는 ESG 경영의 필수 조직이다.

ESG 중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나타난 영역은 환경(E) 분야다.

국내 30대 그룹이 올해 발표한 환경 분야 ESG 관련 투자계획은 2030년까지 총 153조2000억원에 달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 확장을 위한 글로벌 인수·합병이 두드러졌으며, ‘재생에너지’ ‘수소경제’ ‘배터리(전기차)’ ‘순환경제’ 등이 주요 그룹의 사업 재편 키워드로 떠올랐다.

올해는 민간기업들이 녹색조달자금, 즉 ESG 채권 발행을 본격화한 해이기도 하다. SK증권의 분석을 보면 국내에서 발행된 녹색채권 규모는 2018년 6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4조5000억원으로 8배 가까이 커졌다.

기업들의 ‘탄소중립’(Net Zero·넷제로) 선언도 잇따랐다. 주요 기업별 탄소중립 목표 달성 연도는 LG전자 2030년, SK(주) 2040년, 현대차·기아 2045년, 한화솔루션 2050년 등이다. 네이버는 2040년까지 ‘카본 네거티브’(탄소중립을 넘어 마이너스 도달)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무늬만 ESG’ 실효성 논란도

[키워드로 보는 2021 산업]⑤재계 앞다퉈 ‘ESG위원회’ 설치…“실상은 중요성 인식 단계 머물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1년 ESG위원회 설치 및 운영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ESG위원회를 설치한 기업(110개) 가운데 실질적 활동을 하는 곳은 68개뿐이었다. ESG 전략 관련 안건을 상정한 위원회는 40개에 불과했다. 앞다투어 ESG 전담조직을 만들었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생산성본부가 공동으로 국내 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이 평가하는 ESG 경영 수준은 5점 만점에 2.9점으로 보통(3점) 이하로 낮게 나타났다. 장대철 카이스트 교수는 “해외에 비해 국내에 ESG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일부 수출기업 및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아직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SG가 기업들의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는 ‘ESG 워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부적절한 경영 승계와 오너 리스크, 회사 자산의 사적 유용, 일감 몰아주기 등 국내 ‘재벌’ 대기업들의 지배구조와 경영윤리가 여전히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ESG가 모범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내년에는 사회(S)와 지배구조(G)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며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잣대가 더욱 엄격해진다. 올해 주요 기업의 ESG 경영 행보가 그룹사 전반의 경영 방향과 비전을 수립하는 수준이었다면 내년에는 사업 부문별로 구체화·고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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