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위상 높아진 ‘K푸드’…해외 영토 확장 속도 낸다

김은성 기자

‘오겜’ 등 한류 열풍에 덩달아 인기

작년 수출액 100억달러 첫 돌파

가정간편식은 두 자릿수 증가세

베트남 전용 쌀과자, 한국 역진출

세계 속 위상 높아진 ‘K푸드’…해외 영토 확장 속도 낸다

코로나19 사태와 한류 열풍으로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세계 곳곳에서 한국 라면을 즐기는 ‘먹방’이 공유되고 베트남에선 초코파이가 제사상에 올라간다. 미국 유명 프로농구 선수는 비비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빈다. 해외 전용 상품으로 만든 과자가 한국에 역진출하는 일도 생겼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식품업계는 새해 차세대 K푸드를 찾아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15.1% 증가한 113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한국 전체 수출이 2년 연속 역성장을 했던 2019·2020년에도 농수산식품 수출은 늘며 5년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방탄소년단(BTS)과 <오징어 게임> 등의 인기로 라면·과자·소스류·가공식품 등의 가정간편식 수출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로 잡히지 않는 현지 생산 제품까지 포함하면 K푸드의 해외 매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식품기업들은 해외 생산공장을 증설하며 전략 식품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 식품업계, 해외 조직·생산기지 다각화

비비고 만두 신화로 한식 세계화에 앞장섰던 CJ제일제당은 최근 본사 조직을 글로벌 헤드쿼터(HQ)와 한국(Region) 식품사업으로 분리했다.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내고 한국 사업을 해외권역과 동일하게 구성해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치다. 글로벌 HQ 산하에는 식품성장추진실을 신설해 6대 글로벌 전략 제품(만두·치킨·김·김치·소스·가공밥)을 키우고, 상반기에는 ‘K푸드의 불모지’로 불리는 유럽에 영국법인을 설립한다. CJ제일제당의 해외 생산기지는 미국(21곳)을 비롯해 36곳에 달한다. 비건 인증을 받은 식물성 비비고 만두 시장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2020년 46%였던 해외 매출 비중을 2023년에는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류 콘텐츠 열풍에 라면업계도 분주하다. 2020년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로 라면 수출액 최고 기록을 달성한 농심은 지난해 3분기 신라면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 해외 소비자가 더 많이 찾는 라면이 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국내외 매출액은 총 6900억원으로 그중 해외(3700억원)가 53.6%를 차지했다. 농심은 상반기 미국 제2공장 가동을 시작해 멕시코, 남미 등으로 시장을 넓힌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의 해외 매출을 늘려 수년 내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달 임원인사에서 김정수 총괄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불닭볶음면 개발 아이디어를 낸 김 부회장은 글로벌 영업을 위해 해외영업본부장을 맡아 전념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회사채도 발행했다. 삼양식품은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2016년부터 수출이 늘어 2020년까지 해외 부문의 연평균 성장률이 41%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6%에서 57%로 뛰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59%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 설립에 이어 중국법인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 설립을 앞두고 있다. 시리아와 레바논 등 중동 지역에도 진출한다.

일본에 선보인 비비고 만두와 베트남에 출시된 ‘초코파이 다크’. CJ제일제당·오리온 제공

일본에 선보인 비비고 만두와 베트남에 출시된 ‘초코파이 다크’. CJ제일제당·오리온 제공

■ 현지화·고급화로 잠재수요 공략

베트남 명절 선물로 유명한 초코파이는 제사상에 오를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앞세워 국내 매출의 두 배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저출산으로 핵심 소비층이 줄자 수익 다각화를 위해 일찍이 해외 공략에 나선 결과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오리온 누적 매출에서 국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불과하다. 나머지 66% 매출은 해외에서 거뒀다. 오리온은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에서 11개 공장을 가동한다. 러시아법인에선 지난해 11월 기준 연매출이 사상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베트남에서 글로벌 식품 제조사 몬델레즈를 제치고 1위 식품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현지 전용상품이 인기를 얻어 거꾸로 한국에 진출한 사례도 있다. 오리온이 2019년 베트남에서 선보인 쌀과자 ‘안’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2020년 한국에서 ‘구운쌀칩’으로 역출시됐다.

롯데제과도 인도를 중심으로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등에서 마케팅을 강화해 매출을 늘릴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건강한 음식으로 인식되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한국 콘텐츠를 즐기는 해외 소비자를 중심으로 팬덤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대체육 등 신기술을 접목하거나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는 등 현지 소비자 특성에 맞게 다방면으로 진출이 가능해 잠재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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