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10주 만에 상승…물가·무역수지 ‘빨간불’

박상영 기자

지정학적 갈등에 공급 부족 등 국제유가, 상승 요인만 가득

원자재 가격 급등에 무역수지 두 달 연속 적자 기록 가능성

휘발유값 10주 만에 상승…물가·무역수지 ‘빨간불’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지난주 국내 휘발유 가격이 10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1월 들어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고 물가 상승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의 ‘국내 석유제품 주간 가격동향’을 보면 이달 셋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10.1원 오른 ℓ당 1632.0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되면서 지난주까지 9주 연속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무역수지 적자 폭도 키우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 현황을 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344억달러에 그친 반면 수입액은 401억달러로 무역수지 적자 폭은 57억달러 수준이다. 1년 전에 비해 원유(96.0%)·가스(228.7%)·석유제품(85.7%)·석탄(207.0%) 등의 수입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 된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동절기 난방 수요가 집중되면서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졌다”며 “무역수지 적자는 일시적인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상승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9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석유시설이 예멘 반군에 공격받은 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7달러를 넘어서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라크와 터키를 잇는 송유관 폭발 사고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도 유가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도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미크론 확산세에도 원유 수요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반해, 공급이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칠 경우 시장 불안감은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원유 재고량이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하반기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유 재고량은 26억9000만배럴로 2014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생산자물가 및 기업채산성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원자재 수입물가 상승분의 절반을 자체 흡수하고 나머지 절반을 제품 판매가격에 반영한다고 가정하면 영업이익률은 연간 2.3%포인트 하락하고 상품·서비스 가격은 6.0%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원유, 비철금속 등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핵심 원자재 공급망의 안정적 확보와 수입관세 인하, 국제물류 지원 등으로 수입물가 상승압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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