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고영득 기자
시민이 매물로 나온 중고차를 살펴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시민이 매물로 나온 중고차를 살펴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부가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업종’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3년 넘게 지속된 갈등이 일단락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7일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심의위는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요건 중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심의위는 중고차판매업이 도·소매업, 자동차·부품 판매업과 비교해 ‘소상공인 비중이 낮고 연평균 매출액이 크며 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이 낮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심의위는 중고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완성차업계 진출로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소비자 선택의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다만 심의위는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당사자 간 자율조정이 진행 중이며, 중소기업 피해 실태조사 이후 사업조정심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정부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한 건 현재 시장이 왜곡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비대칭이 심한 대표적인 ‘레몬 시장’으로 꼽힌다. 허위 매물 등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잇따랐고, 품질을 보증할 완성차 업계의 진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12월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0%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응답자들은 고지·설명과 다른 성능·상태(45.4%), 사후관리 미비(39.9%), 허위·미끼 매물(29.7%) 등을 불만 사항으로 꼽았다. 2020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80.5%가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고차판매업은 2013년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2019년 1월 지정 기한이 만료되자 중고차 매매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중기부는 같은 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부적합’ 의견서를 받고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사이 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고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져만 갔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상생을 위한 중재에 나섰으나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중기부의 빠른 결정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시장 진출 채비를 갖췄다. 지난 1월 현대차는 경기 용인시, 기아는 전북 정읍시에 중고차매매업 등록을 신청했고 현대차는 시의 허가를 받아냈다. 최근 현대차는 5년, 10만㎞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을 인증중고차로 판매하겠다는 사업 계획까지 발표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쌍용차 역시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은 수입차 브랜드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해왔다. 수입차는 인증중고차 사업을 통한 고객 관리를 신차 판매로 연결하면서 신차 및 중고차 시장점유율을 키워왔다.

앞으로 완성차 업체는 직접 인증한 중고차를 판매하고 관리해줌으로써 신차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게 됐다. 중고차 거래에서 축적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신사업을 개척할 수도 있다.

중고차 매매업계는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를 매입하며 신차를 팔 때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알짜 매물’을 빼앗아갈 것을 우려한다. 결국엔 시장이 독과점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올해 2.5%를 시작으로 2024년 5.1%까지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완성차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2026년 합계 시장점유율은 최대 12.9%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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