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현실(MR)이 뭐기에···애플·MS·메타, 경쟁 불붙었다

이재덕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에서 공개한 MR 기기 ‘홀로렌즈2’의 홍보 사진. MS 제공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에서 공개한 MR 기기 ‘홀로렌즈2’의 홍보 사진. MS 제공

애플이 지난 6~10일(현지시간) 진행한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22)’에서 언론의 관심은 ‘코드명 N301’의 공개 여부에 쏠렸다. N301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결합시킨 혼합현실(MR) 헤드셋으로, 애플이 2015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WWDC가 개막하기 한 달 전에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이사회에서 N301을 시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중과 언론의 기대와 달리 애플은 이번 행사에서 N301을 공개하지 않았다.

애플은 대신 ‘룸플랜(RoomPlan)’이란 기능을 새로 소개했다. 아이폰의 ‘라이다(LiDAR) 스캐너’를 이용해 방 안을 스캔하면, 방의 평면도가 3D 도면으로 만들어지는 기술이다. 가구업계나 숙박업계에서 애플리케이션 제작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인데, 이 기능이 N301 출시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9년 출시한 MR 기기 ‘홀로렌즈2’ 역시 사용자의 주변 공간을 자동으로 스캔해서 주변의 지형지물들을 파악하는데 이와 유사한 기능이 룸플랜에 적용됐다.

애플이 최근 WWDC22에서 공개한 ‘룸플랜’. 아이폰으로 방 안을 스캔하면 방의 평면도가 3D 도면으로 만들어진다. 애플 제공

애플이 최근 WWDC22에서 공개한 ‘룸플랜’. 아이폰으로 방 안을 스캔하면 방의 평면도가 3D 도면으로 만들어진다. 애플 제공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MR 기술 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2015년에는 독일의 AR업체인 ‘메타이오’와 스위스의 모션 캡쳐 기업인 ‘페이스시프트’를 인수했고, 2016~2017년에는 AR 관련 카메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플라이비 미디어’와 안구 추적 기술을 보유한 독일의 ‘센소모토릭 인스트루먼츠’를 사들였다. 이어 AR글래스 렌즈 기술을 갖고 있는 ‘아코니아 홀로그래픽스’(2018년), 모션 캡처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영국의 ‘이키네마’(2019년), VR 생중계 서비스 회사인 ‘넥스트VR’(2020년)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쿡 CEO는 “하루에 세 번 식사를 하는 것처럼 우리는 매일 AR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IT업계에선 애플이 내년에 N301을 공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N301이 이번 WWDC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과열과 카메라, 소프트웨어 관련 문제로 늦춰졌다”면서 “2023년에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메타가 지난해 ‘커넥트 2021’행사에서 공개한 미래의 메타버스 영상 속에서 마크 저커버그 CEO의 아바타가 현실세계의 지인과 화상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메타 제공

메타가 지난해 ‘커넥트 2021’행사에서 공개한 미래의 메타버스 영상 속에서 마크 저커버그 CEO의 아바타가 현실세계의 지인과 화상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메타 제공

메타가 지난 5월 유튜브 채널 ‘메타 퀘스트’에 공개한 혼합현실(MR) 관련 영상. 메타 제공

메타가 지난 5월 유튜브 채널 ‘메타 퀘스트’에 공개한 혼합현실(MR) 관련 영상. 메타 제공

현재 VR과 MR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업체는 메타와 MS다. 메타는 2014년 VR 기기 1위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2020년 VR 기기 ‘메타퀘스트2’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메타가 진짜로 노리는 건 VR 너머에 있는 MR 시장이다. VR이 영상과 음향 등으로 인간의 실제 감각을 최대한 차단해 가상세계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AR과 MR은 현실세계에 가상의 그래픽을 더해 사용자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메타는 VR·AR·MR 등의 기술을 이용해 ‘메타버스’를 구축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메타가 지난해 ‘커넥트 2021’ 행사에서 공개한 동영상에는 미래의 메타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VR과 MR을 이용해 포커 게임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아바타로 구현된 마크 저커버그 CEO는 메타버스 안에서 현실세계의 지인과 화상통화도 한다. 메타는 VR에 현실세계의 모습을 담기 위해 ‘캄브리아’라는 프로젝트명의 MR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MS는 2015년부터 MR 기기 ‘홀로렌즈’ 시리즈를 개발해 산업현장 중심으로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대가 너무 높아 시장 확장이 여의치 않다. 홀로렌즈2의 가격은 3500~5199달러(약 440만~660만원)에 달한다.

애플이 내놓을 N301 역시 가격대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IT업계 관계자들은 2007년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처럼, N301이 MR 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회사 아크인베스트먼트는 현재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 수준인 AR과 MR 시장이 2030년에는 1300억달러(165조4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VR·AR·MR 기술이 무르익으면 그때부턴 본격적인 메타버스 경쟁이 시작된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지금은 가상세계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미래에는 상호운용이 가능(Interoperable)해지면서 ‘메타버스’의 형태로 절정에 이르게 된다”고 내다봤다.

캐나다의 제지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MS의 MR기기 ‘홀로렌즈2’를 이용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MS 제공.

캐나다의 제지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MS의 MR기기 ‘홀로렌즈2’를 이용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MS 제공.

MR 관련 기기와 기술들은 IT업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관련 기술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외신들이 추정한 내용을 종합하면 N301에는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 3D 센싱 기술이 사용된다. 안쪽에는 3840×2160, 3000PPI(디스플레이 1인치당 픽셀 수)의 화질을 갖춘 1.4인치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2개 장착되고, 외부에는 1440×640, 263PPI 화질의 6인치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또 맥북에 사용되는 AP인 M1 이상급 프로세서가 탑재되고, 주변 환경과 사용자의 움직임, 표정과 시선 등을 읽는 카메라 모듈 13개가 장착된다. 고사양 컴퓨터에 버금가는 용량의 메모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이 둔화되는 스마트폰과는 달리 VR과 AR이 합쳐진 MR 기기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고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글로벌 IT업체들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향후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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