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연동제 도입 논의 급물살, 중기업계 14년 숙원 풀릴까읽음

김은성 기자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5월17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회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공동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상 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등이 토론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5월17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회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공동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상 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등이 토론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들의 고통이 커지면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논의가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제도다. 국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입법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중소기업계의 숙원이 현실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론 1호 법안’으로 납품단가 연동제를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지난 9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하도급업체의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표준계약서로 의무화하도록 했다. 계약서에는 연동 방법과 가격 기준, 원자재 품목 등을 명시토록 했다. 구체적인 가격 기준과 연동 방법 등은 시행령으로 정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정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유사한 내용의 상생협력법·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해 법제화에 힘을 실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논의가 시작됐으나 시장경제 훼손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대안으로 2009년 마련된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도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한 중소기업이 조정협의 신청을 기피해 유명무실해졌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은 중소기업이 홀로 감당하기 벅찬 악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원재료 가격은 전년대비 평균 47.6%가 오른 반면 납품단가 상승률은 10.2%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7%로 감소했다. 자율조정만으로는 불공정 관행 근절이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큰 틀에서의 연동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연동제를 도입해도 어떤 업종과 원자재를 적용 대상에 넣을지, 연동되는 가격 인상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등 논의를 통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계는 국가계약법 등을 근거로 원자재 가격 변동폭 3%를 기준으로 연동하고,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경우 납품단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연동제가 도입될 경우 하청업체의 ‘원가 절감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 반발한다. 또 원청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국내 중소기업 대신 해외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 있어 국내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연동제 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해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 수요는 1.45% 줄고 해외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는 1.21%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납품단가 상승에 따른 대기업의 손실은 재화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모두 민간 계약을 최대한 침해하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한 납품가 인상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중소기업 생태계 복원력 강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예상치 못한 원자재 인상에 따른 부담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떠안지 않고 중소기업의 혁신을 독려하는 쪽으로 위험을 함께 분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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