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향포럼

“저금리 10년, 세계적 자산 폭등하며 유주택자·부유층은 더 부유해져”읽음

김상범 기자

‘불평등 연구자’ 다니엘 발덴스트룀 스웨덴 산업경제연구소 교수

다니엘 발덴스트룀은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 산업경제연구소(IFN)의 경제학 교수다. 스톡홀름경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경제정책, 소득 및 부의 분배와 세금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발덴스트룀 제공

다니엘 발덴스트룀은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 산업경제연구소(IFN)의 경제학 교수다. 스톡홀름경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경제정책, 소득 및 부의 분배와 세금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발덴스트룀 제공

코로나·인플레로 세계 경제 직격탄
개도국들, 생산량·외부 수요 줄어
저숙련 노동자·저소득층 큰 타격
사회안전망 없을 땐 더 불균등 분배

다니엘 발덴스트룀 스웨덴 산업경제연구소(IFN) 교수는 한국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활발한 불평등 연구로 이름을 알려온 경제학자다. ‘복지 천국’이라 불리는 스웨덴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평등주의에 입각한 조세·분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이런 곳에서 ‘불평등’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발덴스트룀 교수는, 한 사회 안에서 소득·자산이 어떻게 이전되고 분배되는지를 주로 연구해왔다. 세금·금융 등 계량적인 자료를 통해 장기간에 걸쳐 변화하는 불평등의 모습을 실증적으로 짚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여왔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도 <21세기 자본>을 저술하면서 발덴스트룀이 연구한 스웨덴의 상속세 자료를 참고한 바 있다.

발덴스트룀 교수는 14일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직격탄을 얻어맞은 세계 경제에 대해 “많은 국가가 코로나19의 타격에서 비교적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며 실물 경제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는 등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경제적 타격을 받아들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면역력’이 각각 다르다고 봤다. 그는 “개발도상국들에서는 생산량 감소와 외부 수요의 감소로 인해 저숙련 노동자들과 저소득층이 더 큰 타격을 입은 데다 사회안전망이 없을 경우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 등 (팬데믹의) 비용은 더 불균등하게 분배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각에서 불평등 해결의 일환으로 주장하는 기본소득에 대해 “심각한 동기부여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반대했다. 대신 교육을 통한 노동인구의 생산성 향상, 주택·연금 등 개인의 자산 축적 확대 같은 ‘정공법’ 방식의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최근 몇년간 급격한 자산가격 상승을 겪었다. 지난 4월 서울 동대문구 지역에 아파트와 주택이 들어서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최근 몇년간 급격한 자산가격 상승을 겪었다. 지난 4월 서울 동대문구 지역에 아파트와 주택이 들어서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 부의 불평등이 발생하고 확대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시장경제에서 부의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 능력과 노력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불균등한 권력관계와 시장의 실패 등으로 인해 불평등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회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자산은 근로소득보다 더 불균등하게 분배된다. 자산 축적의 생애주기 때문에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보다 더 부유하며, 저축 성향의 차이에 기인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주택과 금융 시장의 가격 폭등으로 인해 많은 국가들에서는 유주택자들과 부유층이 더 부유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 스웨덴은 세금을 많이 거두고 이를 분배해 격차를 줄이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 높은 조세부담률에 불만은 없는가.

“스웨덴은 가장 평등주의적인 국가 중 하나다. 세금은 국제적으로 볼 때 높은 수준이다. 세금 제도는 부의 재분배와 기업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논의의 문제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금 제도의) 형평성과 효율성의 균형점은 (스웨덴에서도) 온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 자산 가격의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한국도 지난 4~5년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겪었다. 그 원인은 무엇이었나.

“지난 10년 동안 많은 국가에서 벌어진 자산 가격 상승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실질금리가 낮아진 것도 그중 하나이며, 소비자물가의 안정세로 각국 중앙은행들은 낮은 정책금리를 유지해왔다. 저금리와 신용시장의 개선으로 가계는 주택과 주식을 사기 위해 대출을 늘려왔고 이로 인해 자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 한 국가 내에서 주택을 소유한 사람의 비율, 연금을 저축하는 인구의 비율에 따라 (자산 가격 상승이)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양상은 달라졌다. 주택 소유 및 저축의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자산 가격 상승이 극적인 부의 격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주택 소유가 제한된 국가에서는 그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났다.”

-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불평등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는가.

“많은 선진국은 오히려 코로나19 기간 동안 불평등 수준이 약간 떨어지는 현상을 경험했는데, 이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지원하려는 정부의 야심찬 정책 때문이다. 다만 실업률 증가에 따라 세전소득의 불평등은 다소 증가했다. 코로나19 지원 정책은 비용이 많이 들었으며, 앞으로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의 부채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화두가 새롭게 떠올랐다. 최근 발간된 논문들은 많은 국가가 코로나19의 타격에서 비교적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며 실물 경제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에서는 생산량 감소와 외부 수요의 감소로 인해 저숙련 노동자들과 저소득층이 더 큰 타격을 입은 데다 사회안전망이 없을 경우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 등 (팬데믹의) 비용은 더 불균등하게 분배된 것으로 보인다.”

- 장기적인 불평등의 누적은 정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결과 사이의 연관성은 명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우리는 부유한 국가가 평균 학력이 비교적 높고 평등한 소득 분배 체계, 안정적인 정치 제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점진적으로 변할 수 있다. 국가가 너무 불평등해지면 불안감이 높아지고 민주주의의 수준도 낮아지며 심지어 (정치적) 억압으로까지 나타날 수 있다.”

-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국가가 돈을 찍어서 국민에게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현대통화이론(MMT)에 기반해 ‘국가는 망하지 않는다’며 국가 부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대통화이론의 과학적 근거는 거의 없으며 북미나 유럽 국가의 정책들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화폐 발행이 공공 지출을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인 전략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강력한 반증이 수도 없이 많다. 해당 이론에는 희망 섞인 분석과 검증이 어려운 모호한 주장이 혼재돼 있는 것 같다. 무책임한 통화정책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경우가 더 많다.”

일각서 불평등 해법 제시 ‘기본소득’
높은 세율·정치적 긴장 조성 위험
심각한 동기부여 문제 유발 우려
선진국에서는 절대 시행 않을 것

- 일각에서는 불평등 완화를 위한 보편적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유럽과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이슈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최소한의 권리 차원에서 교육·의료·노인돌봄을 제공하는 광범위한 복지 제도를 갖고 있다. 기본소득은 심각한 동기부여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본다. 기본소득을 어떻게 물가와 연동시킬지 역시 중요한 문제다. (기본소득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정치적 긴장이 조성될 위험도 있고, 실질 소득이 증가해 지속적으로 높은 세율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에 (조세) 비용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보편적 기본소득은 선진국에서는 절대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성공 집단에 높은 세금 매기기보다
교육 통해 노동 생산성 높이면서
주택·연금 등 개인 자산 축적 확대
이 방식이 평등을 더 강력히 촉진

- 지난해 논문 <부와 역사>에서, 서구 국가들에서는 과거 엘리트들이 독점했던 자산과 부를 20세기에 중산층이 주택 및 연금저축의 형태로 널리 소유하기 시작하면서 불평등이 완화됐다고 주장했다. 당신의 연구가 갖는 함의는 무엇인가.

“서구 국가들의 장기적인 불평등 추세를 살펴보면, 오늘날의 사회가 한 세기 전보다 불평등이 훨씬 적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유럽 국가들은 지난 40년 동안 부의 불평등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서민들이 집을 소유하고 연금을 받기 위해 저축함으로써 개인 자산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많은 시민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노동시장에서 생산성을 높이며 사람들의 주택 구입과 노후 보장을 지원하는 금융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 주된 초점이 돼야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집단에서 자본을 빼앗기 위해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보다, 이 같은 방식이 평등을 더 강력히 촉진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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