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인력 모셔라” 인재 쟁탈전에 ‘사활’ 건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읽음

김상범 기자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현대 비전 컨퍼런스’에서 현대차 자율주행사업부장 장웅준 전무가 해외 박사과정 인력들을 상대로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현대 비전 컨퍼런스’에서 현대차 자율주행사업부장 장웅준 전무가 해외 박사과정 인력들을 상대로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전동화·배터리·소프트웨어(SW) 부문의 연구개발(R&D) 인력 확충을 위해 세 자릿수대 채용에 나섰다. 친환경차 전환의 과도기에서 완성차나 배터리 업체들은 저마다 고급 인력, 특히 전동화와 자율주행의 중추가 되는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8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연구개발본부 경력직 채용 모집에 착수한다고 7일 밝혔다. 모집 부문은 전동화·배터리, 차량 아키텍처(플랫폼), 차량통합제어 하드웨어(HW) 및 SW 개발 등 총 87개 분야다. 채용 규모는 100명 이상이다.

현대차 측은 “본격적인 친환경차 전환 시대에 발맞춰 전동화 통합제어 개발 분야 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며 “기존 사업영역인 고성능차 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수소연료전지 등 신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R&D 우수 인력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신규 인력 확보에 필사적이다. 기업들의 방점은 그 가운데서도 연구개발 경력직과 석·박사 학위 보유자 등 고급인력 확충에 찍혀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부터 SW 경력 개발자를 매달 채용하고 있으며, R&D·전동화·미래항공모빌리티(AAM)·로보틱스·SW 등 미래 전략기술 분야에서의 경력채용 시 직무 전문성을 사전 검증하기 위한 ‘직원 검증제도’도 운영 중이다. 지난 3일 현대차는‘현대 비전 컨퍼런스’를 열어 해외 대학에서 인공지능(AI)·자율주행 관련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을 국내로 초청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채용 관련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제너럴모터스(GM)의 R&D 센터인 한국의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도 올해 들어 생산기술, 외장설계, 개발 등 부문에서 연구인력을 대거 채용했다. GMTCK은 GM에서 두번째로 큰 R&D 센터로 3000명이 넘는 연구 인력들이 근무하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배터리 분야에서 구인 경쟁은 더 치열하다. 삼성SDI는 지난달 국내 박사급 인력을 대상으로 ‘테크 앤 커리어 포럼’을 열고 차세대 배터리와 시스템 개발에 대한 세미나 및 채용 설명 등을 진행했다. 이 회사가 박사급 인력을 대상으로 포럼을 연 것은 처음이다. SK온도 지난달 셀 개발, 공정 개발, 모듈 기술 등 분야에 걸쳐 수백명 규모의 경력직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기업이 직접 대학과 손잡고 인재 육성에 뛰어들기도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고려대·연세대 등에 배터리공학과를 신설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한양대와 배터리 인력 양성을 위한 맞춤형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협약을 맺었다.

배터리 업체들이 ‘쟁탈전’ 수준의 고급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은 배터리 성능의 최적화, 특히 이를 위한 SW 역량의 중요성을 절감해서다. 배터리 방전 시간을 예측하고 최적의 사용·충전 시스템을 갖추려면 전기차의 주행 환경, 사용자들의 운전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짤 수 있느냐에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마치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단지 배터리 크기나 카메라 렌즈 크기 같은 외형보다는 SW나 센서로 전력 소모를 줄이고, 화질을 보정하는 게 중요해진 것과 비슷하다.

이런 중요성에 비해 배터리 연구개발 인력은 턱없이 모자란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 규모 대비 석사는 21%, 박사는 25%가 부족한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와 공정 효율화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배터리를 더 효율적으로 오래 쓸 수 있도록 하는 성능 최적화를 위한 SW 개발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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