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개편 등 숙제…그룹 ‘컨트롤타워’부터 부활되나

이재덕 기자

특사로 복권된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 만들기’ 관전포인트

삼성 지배구조 개편 등 숙제…그룹 ‘컨트롤타워’부터 부활되나

가장 큰 당면과제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 대응…‘칩4’ 참여 중국 반발 부담
반도체·스마트폰은 선친 업적…바이오·AI 분야서 성과 창출 시도할 듯
경영 전면에 나선 만큼 차세대 먹거리 확보 위한 대형 M&A 추진도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삼성그룹 경영에 본격 참여할 길이 열렸다. 현재 삼성이 처한 대내외 경영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주요 사업인 반도체는 미·중 공급망 전쟁의 한복판에 내몰렸고, 차세대 먹거리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선대 회장들이 신경쓰지 않던 분야까지 챙겨야 한다.

이 부회장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자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최대 시장이자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40% 만들어내는 공급기지이기도 하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중국의 반발도 삼성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와 과학법’에 따라 삼성전자도 미국에서 반도체 지원금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 법에 따라 중국 공장에 최신 설비를 들이는 데는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미·중 공급망 전쟁의 또 다른 축인 ‘배터리’ 사업도 벌이고 있다. 삼성SDI는 중국 등에서 음극재, 전해질 등 원자재를 들여와 배터리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지원금을 주는데, 배터리 원자재 상당 부분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제련돼야 한다. 이에 당장 중국 원자재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도 이 부회장에게 맡겨진 숙제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의 74%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사업이지만 기본적으로 고 이건희 회장의 업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은 ‘바이오’ 분야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고, 인공지능(AI)·차세대 통신 등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 체제에서는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미래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조만간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를 가늠할 수 있는 대형 인수·합병(M&A)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골칫거리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금융권과 비금융권이 섞여 있어 개편이 쉽지 않다. 비금융지주와 금융지주로 분리하려고 해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을 비금융 계열사들이 사들이기가 어렵다.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삼성 핵심 기업들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배구조 관련 컨설팅을 맡긴 상태다. 관련 보고서가 나오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은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당장 그룹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있다. 삼성그룹은 2017년 미래전략실 폐지 후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3개 회사가 각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계열사들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M&A 결정과 그룹의 중장기 전략수립은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지배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액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며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 감사위원들을 모두 분리 선임시키고, 각 계열사의 감사위원회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서 그룹의 의사결정을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내에 노조가 생기면서 ‘무노조 경영’도 끝났다.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RE100(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 참여 등 탄소중립 요구가 높아진 것도 이 부회장이 맞닥뜨린 새로운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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