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물 의존 어쩌나···‘다 쓴 배터리’에서 보물 찾아내기 러시읽음

김상범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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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중국산 배터리 광물 사용에 제한이 걸리면서 한국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배터리 광물 확보를 위한 ‘폐배터리 재활용’에 이목이 쏠리며 관련 투자 및 연구개발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통과시킨 IRA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국가에서 주요 배터리 광물을 추출 또는 처리할 때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중국 등 우려국가에서 추출·제조한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혜택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의 중국 광물 의존도는 80~90%에 이른다. 국내 업계는 수산화리튬 83%, 코발트 87%, 황산망간 99%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다 쓴 배터리에서 광물을 뽑아내는 ‘배터리 리사이클링’이 주목받는 이유다.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사용 후 성능이 저하되더라도 니켈, 리튬 등 핵심 원재료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1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4000억원에서 2025년 3조원으로 연평균 4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40년에는 87조원까지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용량 기준으로 폐배터리 시장은 2025년 42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345GWh, 2040년 3455GWh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저마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다. 업체별로 보면 삼성SDI는 올해 7월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연구개발(R&D) 조직을 신설해 운용하고 있다. 삼성SDI의 ‘리사이클 연구 랩(Lab)’은 배터리 소재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나 저비용·친환경 소재 회수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천안·울산사업장 공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고철)’ 순환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스크랩을 수거한 뒤 황산니켈·황산코발트 같은 광물을 추출하는 것이다.

SK온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함께 미국에 설립한 블루오벌SK 사업장에서 생긴 폐배터리를, 현지 재활용 업체인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에서 재활용 처리해 다시 배터리 제작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SK온과 같은 그룹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기업 ‘어센드엘리먼츠’의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모회사 LG화학과 함께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기업 ‘리-사이클(Li-Cycle)’에 6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6%를 확보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사이클로부터 10년 간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니켈 2만톤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배터리 재활용 전문 업체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SDI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국내 최대 배터리 재활용업체 성일하이텍은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에 자원 재활용 시설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성일하이텍은 수명이 다한 배터리에서 니켈·코발트·리튬 같은 금속을 95% 이상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헝가리 등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폴란드와 독일 등에도 설비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배터리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배터리 업체들 뿐만이 아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폴란드에 연산 7000톤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준공했고, GS 계열 에네르마는 지난해 경북 포항에 ‘리튬이온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을 착공했다.

다만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공급망 다변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시각도 있다. 전기차 시장이 아직 성숙기에 진입하지 못했고, 따라서 폐배터리 사업도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재활용은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여러 대안 중 하나”라면서도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재활용 광물만으로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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