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약 대신 ‘앱’ 처방 받고…집에서 재활운동 하면 AI가 “낫 배드”

구교형 기자

단순 보조기구 넘어 치료까지…진화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지난 14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헬스테크 박람회’의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아이픽셀 부스에서 한 모델이 스마트TV에 나오는 재활운동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위 사진). 핀란드 업체 오우라와 패션 브랜드 구찌가 협업해 선보인 ‘스마트 링’을 모델들이 착용한 모습. 구교형 기자·구찌 제공

지난 14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헬스테크 박람회’의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아이픽셀 부스에서 한 모델이 스마트TV에 나오는 재활운동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위 사진). 핀란드 업체 오우라와 패션 브랜드 구찌가 협업해 선보인 ‘스마트 링’을 모델들이 착용한 모습. 구교형 기자·구찌 제공

동작·횟수 정확도 분석해 교정
고령 환자들 원격 관리에 활용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헬스테크 박람회’ 현장.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아이픽셀 부스에서 여성 모델이 양쪽 팔을 직각으로 만든 뒤 가슴 안쪽으로 모았다 폈다 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어깨에 무리가 가는 작업을 하면 어깨뼈와 힘줄의 마찰이 지속되며 생기는 ‘회전근개 파열’ 환자를 위한 재활운동이다.

맞은편에 있는 TV 화면을 양분해 왼쪽에는 모델이 따라 하고 있는 재활운동 처방 영상이 나왔다. 오른쪽에는 카메라가 비춘 모델의 모습과 동작 횟수·정확도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모델이 정확하게 팔 각도를 유지하면 화면에 ‘퍼펙트(Perfect)’라고 떴다. 보통이면 ‘굿(Good)’, 그보다 못하면 ‘낫 배드(Not bad)’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아이픽셀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AI 재활운동 코칭 애플리케이션 ‘엑서사이트 케어’ 서비스를 론칭했다. 엑서사이트 케어는 스마트TV에 나오는 운동 영상을 보고 따라 하면 카메라가 촬영한 동작을 AI가 분석해 교정해주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국내 유일의 심장전문병원인 세종병원은 이 앱을 활용해 환자들에게 필요한 재활운동을 처방하고 맞춤형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의사는 환자의 운동 횟수와 어깨가 들리는 각도 같은 정확도 등이 축적된 자료를 보고 진료에 활용한다. 기존에는 병원에서 종이 책자나 유튜브 영상으로 환자에게 안내하는 정도였는데 재활운동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이상수 아이픽셀 대표는 “고령층 상당수가 원격관리가 필요한 산간벽지 등 병원과 먼 곳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례가 다반사인 점을 감안해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아이픽셀은 올해 초 LG전자의 북미 지역 스마트TV 플랫폼 ‘웹OS’에 홈트레이닝 서비스를 탑재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역시 재활운동 전문 앱과 유사한 방식으로 일반인들이 집에서 간편하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식약처 허가 받는 수면관리 앱
실시간 피드백으로 효율 높여

■ 병원에서 처방받는 불면증 치료 앱

올해 초에는 불면증을 치료하는 모바일 앱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에임메드가 개발한 ‘솜즈’가 그 주인공으로 불면증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인 ‘인지행동 치료법’을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솜즈는 병원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은 뒤 약 대신 앱을 처방받는 형태로 활용된다. 환자는 앱이 제공하는 수면습관 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을 6~9주간 수행함으로써 수면 효율을 높인다. 예를 들어 언제 잠이 들었고 도중에 무슨 행동을 했는지 입력하면 카페인·알코올 섭취 제한, 수면 공간 자극 조절 등 개선책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식약처는 국내 임상시험기관 3곳에서 6개월간 실시한 시험 결과를 토대로 앱 사용 전후 ‘불면증 심각도 평가척도’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약과 주사 같은 전통적 치료 방식이 아닌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장애나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소프트웨어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하고 치료 효과가 검증됐다는 점에서 단순 건강관리만 해주는 헬스케어 앱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특정 분야 의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기기위원회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도 받아야 한다.

지난 4월에는 웰트가 개발한 불면증 치료 앱 ‘웰트 아이’도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현재 세계 14개국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승인했으며 불면증 치료기기를 승인한 것은 미국, 영국, 독일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20년 35억3729만달러(약 4조7081억원)에서 2030년 235억6938만달러(약 31조3708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치’보다 간편한 스마트 ‘링’
구찌 컬래버 제품 출시로 주목
삼성·애플도 특허 출원 등 준비

■ 일상 건강관리 파고든 웨어러블 기기

전자업체들이 만든 웨어러블 기기는 일상 속 건강관리 동반자가 된 지 오래다. 삼성전자 ‘갤럭시워치’는 3년 전 스마트워치 중 처음으로 식약처에서 혈압 측정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대한고혈압학회에서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 가이드라인’까지 내놨다.

의료계는 머지않은 미래에 팔에 차고 측정하는 커프형 혈압계보다 손목에 두고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스마트워치는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얼마 전 행정안전부는 폭염 취약계층 안전관리를 위해 피부 온도, 심박수 변동 등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될 경우 스마트워치 착용자에게 경고를 보내고, 갑자기 쓰러지거나 급격한 이상 심박수가 감지되면 보호자에게 즉시 위치를 전송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손가락에 착용하면 빛을 쏘아 혈류 흐름과 혈액 상태 등을 분석해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스마트링’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반지 무게는 4~5g에 불과하며, 사용자가 끼고만 있으면 일상생활이나 수면 중에도 불편함 없이 365일 24시간 건강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스마트링은 시계보다 착용이 간편하고, 반지 안쪽 면이 손가락을 감싸는 형태여서 손목에 차는 스마트워치보다 밀접한 건강정보 측정이 가능하다. 핀란드 업체 오우라가 출시한 스마트링은 반지 안쪽에 생체 데이터를 측정하는 온도 센서 7개와 발광다이오드(LED) 센서 3개가 탑재돼 있다. 오우라는 명품 브랜드 구찌와 협업한 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도 스마트링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반지에 적용된 센서 시스템으로 물체 간 거리와 움직임 등을 감지하는 특허를 출원했다. 올해는 피부 간 접촉을 감지하는 시스템 관련 특허를 추가로 내놨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달 23일 특허청에 ‘삼성 갤럭시 큐리오’라는 이름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상표권의 지정상품으로는 ‘생체 측정 및 생리학적 데이터와 바이탈사인 및 개인 건강 기록을 추적·수집·모니터링하고 의료 자문 제공을 위한 스마트 반지용 기록 소프트웨어 앱’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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