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전환’ 바로미터…‘수소 환원 제철’ 꿈 키우는 포스코

박상영 기자
‘녹색 전환’ 바로미터…‘수소 환원 제철’ 꿈 키우는 포스코

용광로서 이산화탄소 대량 발생
2026년 EU에 3620억원 지불
수소 제철 전환에 68조원 필요

포스코, 정부 지원 요청했지만
지원 규모 일본의 9분의 1 수준

전문가들 “수소값부터 낮춰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달 2일 신년사를 발표했을 때 언론은 5400자가 넘는 장문에 주목했다. 내용도 철강부터 이차전지, 인프라·건설에 이르기까지 그룹 전 사업 영역을 아우르는 굵직한 사업 방향을 제시해 최 회장이 ‘3연임 도전’ 의지를 구체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신년사에는 다른 기업 신년사에는 볼 수 없는 내용도 있었다. “수소 환원 제철은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와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업 신년사가 주로 회사 구성원에게 던지는 메시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왜 최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정부에 이런 메시지를 던졌을까.

수소 환원 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일본제철과 JFE스틸 등 일본 주요 철강사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할 정도로 철강사에는 당면 과제로 꼽힌다.

철을 만들려면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고로’라고 불리는 큰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의 종류인 코크스를 넣어 1500도 이상의 고온에 녹였다. 석탄을 녹이면서 발생한 일산화탄소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 반응을 일으킨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엄청난 규모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수소 환원 제철은 일산화탄소 대신, 수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제 역할을 한다. 수소가 환원제 역할을 하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기존 고로와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97%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수소 환원 제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제철소의 상징인 고로 대신, 하이렉스로 대체해야 한다. 하이렉스는 수소와 철광석을 유동 환원로에 넣어 환원철을 만들고, 이를 전기로에서 정제해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하이렉스 시험설비 설계에 착수한 포스코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 기술 개발을 완료한 후,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 환원 제철로 전환할 예정이다.

문제는 기존 고로에서 하이렉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철강업계는 국내 철강사들이 기존 용광로를 수소 환원 제철로 전환하는 비용이 6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 환원 제철 방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추가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통 고로 방식에 비해 수소 환원 제철 방식은 철강 생산비용이 5배 많은 것으로 예상했다. 상대적으로 값비싼 수소 공급 비용이 전체 비용의 약 90.5%로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

온실가스 배출 비용도 치솟으면서 녹색 전환을 미룰 수 없는 실정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통 고로 방식에서는 온실가스가 8944만t 배출된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t당 2만9145원일 때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22억달러가 넘는다. 2026년부터 유럽연합(EU) 탄소 국경 조정제도가 본격 적용됨에 따라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U 수입업자는 한국산 제품에 포함된 탄소량만큼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인증서 가격이 한국보다 비싼 EU 탄소배출권 가격과 연동돼 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공정대로 철강 생산을 계속할 경우 2026년부터는 EU 수출을 위해 철강업계는 약 3620억원을 추가 부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기업의 실적을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과 탄소 중립 목표 달성과 직결되는 만큼 포스코그룹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런 요청에도 지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2030년까지 철강산업 녹색 전환에 지원하기로 한 규모는 2098억원에 그쳤다. 이는 독일이 발표한 철강산업 전환 지원 금액(2조5000억원)의 12분의 1, 일본의 녹색 철강 실증사업 지원금(1조7500억원)의 9분의 1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수소 환원 제철의 핵심인 ‘수소’ 가격부터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이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50년 한국의 그린수소 생산비용은 ㎏당 최대 4.1달러로, 주요 33개국 중 가장 생산비용이 높을 것으로 추산됐다.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말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는 2050년에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당 2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중국·인도·미국의 수소 생산비용은 ㎏당 0.65~0.78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불리한 한국은 ㎏당 2.9~4.1달러의 비용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수소 인프라 투자비용은 사업자가 벌어들이는 현금 흐름 수준을 크게 웃돌아 즉각적인 회수가 어려우므로 상당 기간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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