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날자···항공 물동량도 ‘날개’

김상범 기자
대한항공 화물기 모습.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화물기 모습. 대한항공 제공

국내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최근 덩달아 수혜를 입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항공 산업이다. 하늘길로만 수송해야 하는 반도체의 특성 덕에 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이 촉발한 반도체 시장의 변화가 그동안 침체돼 있던 화물기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는 모습이다.

16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항공 화물 수출액은 687억1845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2억7046만달러보다 29.0% 늘었다. 이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액이 약 9.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항공 운송의 회복세가 유독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부쩍 좋아진 반도체 경기가 전체 항공 물동량을 밀어올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력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항공 수출액은 올해 1~4월 203억6603만달러다. 전체 항공 수출액의 29.6%를 차지한다. 글로벌 테크 업계의 경쟁적인 AI 관련 투자 덕에,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다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까지 더하면 반도체가 항공 수출에서 차지하는 몫은 45.4%에 달한다. 하늘길 수출 물량의 무려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을 반도체가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기업과 항공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 여타 수출품은 대부분 바닷길을 이용하는 반면 반도체는 거의 대부분 항공기로만 운송한다. 온도·습도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고온·극저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제품에 변형이 와 심하면 전량 폐기하는 사태에 맞닥뜨릴 수 있다. 바다 위에서는 가혹한 날씨나 습도, 진동에 노출되기 쉬워 해상 운송은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비행기는 압도적으로 빠르다. 해상 운송이 미국 기준 2개월 가까이 걸리는 데 비해 화물기는 길어야 1주일이다. 글로벌 반도체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강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을 만큼, 반도체와 항공 운송은 밀접하게 얽혀 있다.

무게에 비해 단가가 높은 반도체는 항공사의 주 수입원이기도 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전체 항공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무게 기준)은 10%도 안 된다”며 “반도체는 물량이 많다기보다는(단가가 높은) 비싼 화물에 속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발 훈풍 덕에 항공업계 실적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한항공의 올 1분기 화물수송 매출은 996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9% 감소했으나, 화물수송량(FTK)은 전년 대비 7.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화물 운임이 11% 이상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취급 물량이 늘면서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2023년 전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경기 침체와 중국의 내수 부진으로 인해 항공화물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요 덕에 항공화물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중국을 오간 항공 화물량은 22만4912t으로, 전체 항공 화물량의 16.7%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4500t(14.2%)에 비해 규모·비중 면에서 동반 성장세가 뚜렷하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특히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중국발 미주행 직구 물량이 늘어나면서 인천~미주 간 운임·물동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항공화물 업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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