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못 타고 전기차는 불타고…K배터리, 속이 타네

권재현 기자

내우외환에 빠진 배터리 3사

<b>전기차는 못 들어갑니다</b>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주차타워에 전기차는 입고가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의 화재로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린 사건의 여파로 전기차의 지하주차를 막는 곳이 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는 못 들어갑니다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주차타워에 전기차는 입고가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의 화재로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린 사건의 여파로 전기차의 지하주차를 막는 곳이 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사용량 22.3% 늘어날 동안
LG엔솔·SK온 5%대 성장 그쳐
점유율 하락도…중국과 격차 ↑
잇단 화재 탓에 ‘전기차 포비아’
충전·주차 안전 대책 요구 확산

국내 배터리 3사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포인트 하락한 22.2%를 기록했다.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약진 여파다.

7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364.6기가와트시(GWh)로, 지난해 동기 대비 22.3%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각각 5.7%, 17.4%, 5.4% 늘었고, 글로벌 1, 2위 업체인 CATL과 비야디의 사용량 증가폭(각각 29.5%, 22.0%)은 더 컸다.

이로 인해 글로벌 3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상반기 점유율은 지난해 14.9%에서 올해 12.9%로 2%포인트 하락했다. 4위 SK온은 5.5%에서 4.8%로, 6위 삼성SDI는 4.7%에서 4.5%로 하락했다.

상승세 못 타고 전기차는 불타고…K배터리, 속이 타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도 배터리 사용량이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지만, 국내 배터리 3사의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도 중국에서 ‘이구환신’(以舊換新·구형 자동차와 가전 등 소비재의 신제품 교체) 정책을 통해 전기차 내수 판매량이 계속 성장하고, 중국 외 지역에서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용도 확대되면서 중국 배터리업체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도 낙관하기 어렵다. 잇단 전기차 화재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시장에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마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관계 당국의 진상조사 결과와 별개로, 주차 중인 차량에서 불이 나 주변 차량 140여대가 전소하거나 불에 그을리고, 해당 아파트 5개 동 480여가구의 전기와 물이 끊겨 주민들이 때아닌 ‘피난살이’에 내몰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배터리 업계는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전방 산업인 완성차 업계의 수요 위축으로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이 증가할수록 화재 건수도 늘고 있어 어떤 차량이 어떤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의 벤츠 EQE350 전기차에선 중국 업체 ‘파라시스’의 삼원계(NCM)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드러났고, 충전 중에 불이 난 충남 금산 지역의 기아 EV6 전기차에선 국내 업체 SK온의 NCM 배터리가 사용됐다고 한다. 책임 소재와 배상 규모를 놓고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제조사 간 ‘힘겨루기’가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 업계는 그동안 자동차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개발을 집중했다. 소비자들도 충전 불편 등을 호소하며 충전 속도 향상이나 충전 시설의 양적 확대를 요구해왔다. 이번 화재 사고를 계기로 화재 조기 감시 센서를 설치하는 등 전기차 충전·주차 시설에 대한 안전 기준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맞서 배터리 품질과 안전성으로 승부를 건다면 국내 업체들로선 전화위복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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