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밥도둑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 28도 ‘역대 최고’

전력 수요 최대치도 5차례 걸쳐 거듭 경신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건널목 위를 걷고 있다. 한수빈 기자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건널목 위를 걷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달 더위는 역대급이었다. ‘최악의 더위’로 꼽히던 2018년(27.2도)을 뛰어넘었다. 전국 평균 기온은 28도로, 전국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월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다.

더위는 낮뿐 아니라 밤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열대야 일수는 11.3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 달 중 3분의 1이 열대야였던 셈이다. 온종일 더위가 이어지며 지난달 전력 수요도 역대급이었다.

전력 수요, 역대 최대 기록 거듭 경신

전력 수요는 전력시장 내에서 거래되는 ‘시장 수요’와 시장 밖 수요까지 포함하는 ‘총수요’ 두 가지로 집계한다. 통상 거론되는 전력 수요는 ‘시장 수요’를 의미한다. 2017년까지는 시장 밖 공급량이 많지 않아 구분하지 않았지만, 2018년 이후 태양광 발전 규모가 늘어나며 시장 밖에서 직거래되는 용량이 커지며 두 가지로 나눠 집계하고 있다.

지난달 월평균 전력수요는 87.8기가와트(GW)로, 역대 월평균 최대치였다. 전년 같은 달(82.7GW)보다 6.2% 증가한 규모다. 하루 중 가장 수요가 높았던 1시간으로 집계하는 시장 수요와 총수요 모두 역대 최대치를 거듭 경신했다.

[경제밥도둑] 역대급 뜨거웠던 여름…전력 수요도 역대급

우선 시장 수요만 보면, 지난달 5일 93.8GW로 역대 여름 전력 수요 최대치를 깼다.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12일 94.49GW로 한 주 만에 기록을 새로 썼다. 여름 최대 수요였지만, 겨울까지 포함한 역대 최대 기록이던 2022년 12월23일(94.51GW)에는 못 미쳤다.

이 기록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날인 13일 94.6GW를 기록하며 계절 분류가 필요 없이 역대 최대 기록을 깔끔하게 갈아치웠다. 그리고 한 주가 지나 태풍 9호 ‘종다리’가 한반도를 향했다. 거대한 수분을 동반한 태풍은 한반도를 찜통으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전력 수요도 크게 늘어 19일 95.6GW에 이어, 20일 97.1GW라는 역대 최대 기록을 거듭 새로 썼다. 20일 시장 밖 수요까지 포함한 총수요는 103.5GW에 달했다.

“급증한 수요, 누적된 무더위와 태풍 영향”

전력 수요가 역대급으로 증가했지만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 20일 공급 예비력은 8.2GW로, 전력 수급은 ‘정상’이었다.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의 ‘주의(2.5~3.5GW 미만)’ ‘경계(1.5~2.5GW 미만)’ ‘심각(1.5GW 미만)’ 단계뿐 아니라 전력 당국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하는 ‘준비(예비력 4.5~5.5GW 미만)’나 ‘관심(3.5~4.5GW 미만)’ 단계에도 이르지 않았다.

수급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건 전력 당국이 올여름 최대 시장 수요를 97.2GW로 잡고, 석탄 발전 출력을 상향 조치하는 등 적절히 대비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급증한 총수요를 충당할 수 있었던 건 태양광 발전의 영향이었다. 올해 최대를 찍은 총수요 103.5GW는 2020년 최대치(92.8GW)보다 11.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 수요 최대치는 8.98% 늘었다. 총수요와 시장 수요 사이의 틈새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한국전력공사와 직거래, 자가 발전 등의 방식으로 공급되는 태양광 전력을 의미한다.

지난 4년간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약 2배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2020년 15.7GW였던 전체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올해 30.9GW였다. 시장 밖에서 공급되는 태양광 설비 용량도 2020년 11.4GW에서 올해 21.9GW로 약 2배 늘었다.

[경제밥도둑] 역대급 뜨거웠던 여름…전력 수요도 역대급

전력 당국은 올여름 급증한 전력 수요의 원인으로 누적된 무더위와 태풍의 영향을 꼽았다. 통상 8월 둘째 주에 전력 수요가 최대치를 기록하지만, 올해는 넷째 주까지 밤낮으로 이상 고온이 발생해 냉방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또 19·20일 태풍 영향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가 집중된 남부 지역이 흐려 태양광 이용률이 낮아졌다. 국내 태양광 설비의 37.8%가 호남, 22.4%가 영남 지역에 분포해 있다.

늘어나는 수요, 해결할 방법은?

지구 온난화 추세는 쉽게 바뀌지 않으리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내년 여름은 올해보다 더 더울 수 있다.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 방침처럼 원자력발전소를 대거 건설하기 역시 쉽지 않다. 원전을 건설한다 해도 최소 10년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발전 설비 확대와 함께 약점으로 꼽히는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수요를 줄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약점은 비가 오거나 흐린 날 발전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 같은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맑은 날 발전한 전력을 저장했다 필요할 때 공급하는 이른바 ‘저장 설비’가 요구된다. 대표적인 저장 설비로 배터리를 이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있다.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ESS의 설비 단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

또 천연 저장 설비인 양수 발전도 거론된다. 양수 발전은 높이 차이가 나는 2개의 저수지를 두고, 전력이 남을 때에는 아래쪽 저수지에서 위쪽 저수지로 물을 끌어올렸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물을 내보내며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다. 양수 발전은 지난달 급증한 수요 충당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전력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 현장의 휴가제 조정 등을 통해 수요를 관리하는 방안도 있다. 한전의 전력통계월보를 보면, 지난 6월 제조업 분야의 전력 사용량이 전체의 49%를 차지했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선임활동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수요가 많은 곳의 수요를 줄이는 것”이라며 “제조업의 집단 휴가나 대규모 사업장 간의 휴가 순번제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탈성장과대안연구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의 휴가 기간이던 지난 7월 말과 지난달 초 울산 최고 기온이 상승했음에도 전력 수요는 감소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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