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MBK파트너스·영풍 측에 민·형사 소송 예고
김두겸 울산시장, 기자회견 열어 고려아연 지지 표명
MBK파트너스·영풍, 19일 롯데호텔서 기자회견 개최
아연 등 비철금속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자사의 최대주주인 영풍 측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MBK파트너스(MBK)에 의결권을 위임한 계약 자체가 위법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울산시장 등 정치권 인사가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는 가운데 MBK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면 반박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18일 MBK와 장형진 고문을 포함한 영풍 경영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그룹은 공동 창업주 고 장병호·최기호 회장의 후손들이 운영하고 있다. 장씨 일가는 영풍문고와 전자계열사를,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포함한 비철 분야 계열사를 맡았다. 2022년부터 창업주 3세 최윤범 회장 주도로 유상증자 등을 진행하며 지분 관련 분쟁이 시작됐고, 영풍이 지난 2월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를 표명하며 갈등이 본격화했다.
영풍과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3.1%로 최씨 일가(15.6%)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MBK는 설명했다.
앞서 MBK와 영풍, 장씨 일가 등 특수관계인은 지난 12일 주주 간 계약을 통해 MBK 주도로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합의했다. 또 소유 지분 일부에 콜옵션을 부여해 MBK가 최대주주가 되도록 했다. 고려아연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주주 역할을 MBK에 위임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이 계약이 위법이라며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뿐 아니라 업무상 배임 등 형사 소송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주식은 사실상 영풍의 가장 가치있는 재산으로 공개매수 가격(66만원) 기준으로는 무려 3조4774억원에 달한다”며 “이러한 자산을 영풍이 MBK에 모두 넘기고 그 이익 또한 MBK가 얻도록 한 것은 상장법인 영풍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중대한 위법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생산 시설이 있는 울산 지역 정치인들은 고려아연 지지에 나섰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K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사모펀드의 주된 목표가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임을 고려하면 인수 후 연구·개발 투자 축소와 핵심 인력 유출,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도 제안했다. 그는 “울산시민은 20여년 전 SK가 외국계 헤지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쳐 막아낸 바 있다”며 “이번에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 참여로 120만 울산시민의 힘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정부·국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필요하다면 대통령실에도 직접 건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울산시의원 등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적대적 인수·합병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영풍 측은 반박했다. 이들은 “MBK는 2005년에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국내 사모펀드’이며, 중국계 펀드가 아니다”라며 “MBK 펀드에 출자하는 유한책임투자자(LP)들은 국내 및 세계 유수의 연기금들과 금융기관들로, 중국계 자본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주식 공개 매수는 현재 최대주주인 자신들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적대적인 행위, 경영권 탈취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MBK·영풍 측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공개 매수 배경과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