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도 버거운데 수소차까지 넘보는 자동차 업계, 이유는?

권재현 기자
현대차 장재훈 사장이 지난 8월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4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그룹 미래 전략 ‘현대 웨이(Hyundai Way)’의 하나로 수소에너지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에너지 모빌라이저(Energy Mobilizer)’ 구상을 밝히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 장재훈 사장이 지난 8월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4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그룹 미래 전략 ‘현대 웨이(Hyundai Way)’의 하나로 수소에너지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에너지 모빌라이저(Energy Mobilizer)’ 구상을 밝히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독일의 대표 완성차 업체인 BMW와 일본 도요타의 협업으로 탄생한 수소연료전기차(FCEV)가 독일 도로에서 본격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2013년부터 이어져온 양사의 수소 동맹 체제가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BMW와 도요타는 지난 3일에는 수소차 관련 포괄적 범위의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도요타는 수소연료전지와 수소탱크 등 부품을 공급하고, BMW는 주행 관련 핵심 부품을 개발하는 방향이다. 유럽 내 수소충전 인프라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내용도 담겼다.

19일(현지시간) BMW 본사가 있는 독일 뮌헨 전시·시승 행사장에서 수소연료전지 시험 주행 파일럿 모델인 ‘iX5 하이드로젠(Hydrogen)’의 설명회가 열렸다.

iX5 하이드로젠은 BMW가 간판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X5를 활용해 FCEV의 미래 형태를 구현한 모델로, 도요타와 협력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했다.

BMW는 미래 시장 잠재력이 큰 FCEV 개발을 내세워 탈탄소화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2028년부터 FCEV 첫 번째 모델을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BMW에서 수소기술 분야를 총괄하는 위르겐 굴트너 박사는 “지금은 수소연료전지차를 테스트하는 단계지만 2028년 양산에 들어간 뒤 차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한국의 현대차와도 수소위원회를 통해 인프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소연료전지는 연료 탱크 안에 담긴 기체 수소와 공기 중 산소가 만나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발전 과정에서 배기가스나 오염물질이 아닌 물만 나온다는 점에서 FCEV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기도 한다. 전기차와 비교해 짧은 충전 시간도 장점이다.

2개의 수소탱크에 총 6㎏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iX5 하이드로젠은 3~4분이면 완전 충전에 이르고, 주행거리도 500km가 넘는다고 BMW는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개발 등에 11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수소시장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지난 6월 140여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는 수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진 전기차에만 매달리지 않고 차세대 친환경차의 범위를 넓혀 위기를 헤쳐가겠다는 자동차 업계의 전략이 수소생태계 강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수소연료 시스템 개발과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수소차 개발에 적극적인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2022년 수소에너지를 국가 중점 육성 과제로 올리고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중국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BMW와 도요타, 현대차그룹 등 3곳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마저 수소생태계 구축까지 나아가려면 업체 간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다음달 방한 예정인 일본 도요타그룹의 도요타 아키오 회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 글로벌 수소생태계 구축 등 양사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전기차 캐즘을 넘어 수소생태계로 전환되려면 적어도 2035년은 되어야 할 것”이라며 “지금 단계에선 경제성 확보도 장담하기 어려운 선행기술을 그때까지 이어가려면 투자비용 분담과 실패위험 분산 차원에서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협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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