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달리는 국기’라고 할 만하다. 지금이야 한국의 수출 차들이 고급 브랜드로 인정받아 당연해 보이지만, 몇년 전만 해도 해외여행이나 출장 중에 도로를 달리는 현대차·기아 차를 보면 어깨가 으쓱해진다는 경험담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1967년 설립된 현대차는 이듬해 미국 포드의 코티나 2세대 모델을 국내로 들여와 단순 조립해 생산을 시작했다. 그 후 정주영 창업 회장과 동생 정세영 현대자동차 사장의 집념으로 1976년 독자적인 고유 모델 ‘포니’를 탄생시켰다. 포니는 그해 에콰도르에 5대 팔려 첫 수출 모델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대차는 1986년에는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 전륜구동 모델인 ‘포니 엑셀’ 100대를 처음 수출하며 ‘포니 신화’를 해외에서도 실현하는 듯했지만, 내구성과 AS 문제 등으로 시련을 맞았다. ‘바퀴 달린 세탁기’라는 혹평을 받으며 싸구려 차로 인식될 정도였다.
절치부심의 세월이었다. 2000년대 초 ‘왕자의 난’ 이후 정몽구 명예회장은 자동차 계열을 이어받고 품질 향상에 매달렸다. 회장 취임 후 서울 양재동 본사에 ‘품질상황실’을 설치하고 세계 각국 고객의 불만 사항을 실시간으로 접수·처리했다. 미국 출장 중 생산 현장에서 직접 차 상태를 확인하려고 앨라배마 공장장에게 “보닛을 열어보라”고 했다가, 훅 위치를 몰라 보닛을 열지 못한 공장장을 전격 경질시킨 일화도 유명하다. 현대차는 튀르키예·인도·미국·체코 등 해외 공장 건설과 브랜드 고급화에 집중했고, 2013년에는 누적 생산량 5000만대를 달성했다.
현대차가 전체 누적 생산량 1억대라는 이정표를 세웠다고 30일 밝혔다. 회사 창립 후 57년 만이자 수출 개시 48년 만이다. 일본의 도요타, 독일의 폭스바겐, 미국의 GM 등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그 달성 기간이 빠른 편이라 한다. 현대차는 1억1번째 생산 차량을 ‘아이오닉5’로 정하고 출차 세리머니도 가졌다. 2020년 취임한 정의선 회장이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자동차 산업에서 ‘퍼스트 무버’로서 또 한 번 혁신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나 중국의 전기차 업체와 당당히 승부해 ‘2억대 생산’의 날도 앞당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