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 발표
올해 3분기 누적 252억달러 ‘역대 최대’
신고·도착 간 금액 격차도 ‘역대 최대’
“금리 인하 기대로 송금 이연하고 있어”
올해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록을 1년 만에 경신한 것으로, 외국인 투자를 관리하고 유치하기 위해 투자 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1962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최근 반도체나 2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산업 관련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 투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9월 누적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신고 기준)은 251억83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239억4700만달러)보다 5.2%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제조업이 크게 늘었다. 반도체, 2차전지 품목이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9% 증가한 45억6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기계장비·의료정밀 업종은 128.5% 늘어난 16억5600만달러, 의약 업종도 136.4% 늘어 6억8800만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제조업에 속한 소·부·장 기업에 대한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소·부·장 기업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2% 늘어난 93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을 이끌었다. 유법민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세계적으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위축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한국의 안정적 투자 환경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들의 신뢰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국가별로는 일본과 중국의 투자가 많이 증가했다. 일본은 지난해보다 412.7% 증가한 46억9000만달러, 중국은 지난해보다 316.3% 증가한 45억7300만달러였다. 일본과 중국 모두 제조업 분야 공장 등 신·증설을 의미하는 ‘그린필드’ 분야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신고 기준 실적이다.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은 ‘신고’와 ‘도착’ 두 기준으로 나눠 집계한다. 신고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나 외국환은행에 신고한 금액을 말하고, 도착은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을 국내에 송금한 금액을 말한다.
도착 기준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은 역대 최대가 아니었다. 올해 1~9월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도착 기준)은 104억8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 감소했다. 1~9월 도착 기준 역대 최대치는 지난해 143억9800만달러다.
역대 최대는 신고와 도착 실적 간 격차였다. 올해 1~9월 신고·도착 실적 격차는 146억9800만달러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42억5100만달러)과 일본(35억6100만달러)이 가장 격차가 컸다. 산업부는 특정 기간에 신고한다고 해서 같은 기간에 도착해야 하는 건 아니라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년보다 올해 격차가 커진 건 자금 조달 금리가 낮아질 것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송금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환율과 금리 변동성이 컸고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추세 등이 있어 송금을 이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과 일본의 격차가 큰 건 두 국가가 최근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고, 송금 직전 신고하는 인수·합병(M&A) 투자와 달리 그린필드 투자는 주로 장기간에 걸쳐 나눠 송금하는 방식이라 신고와 도착 간 격차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