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가정법원 가사5단독은 남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혼인취소소송에서 “두 사람의 혼인을 취소한다”면서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A씨 부모에게 각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년간 교제해오다 결혼 약속까지 한 A씨와 B씨는 이후 술 문제로 크게 다퉜고, 이에 B씨는 다른 남성과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가졌다. 며칠 후 A씨와 화해한 B씨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임신소식을 전했고 서둘러 혼인신고까지 했다.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아기가 태어났는데 두 사람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인 것이 드러나자 B씨는 A씨에게 다른 남성과의 성관계 사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A씨는 아기와 자신의 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후 법원에 혼인취소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혼인취소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B씨는 A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임에도 다른 남자와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했다”면서 “B씨에게는 임신한 아기가 A씨가 아닌 다른 남성의 아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A씨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혼인취소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사례에 대해 포항시 변호사 김세라 법률사무소의 김세라 변호사는 “임신 여부는 혼인의 의사 결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서 법원은 B씨가 A씨를 명시적, 묵시적으로 기망했고 A씨는 이 같은 기망에 의한 착오가 없었다면 혼인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혼인을 해소하는 방법에는 이혼과 혼인무효, 혼인취소가 있다. 이 가운데 이혼은 혼인생활 중에 발생한 사유로 인해 혼인이 해소되는 것이고 혼인무효와 혼인취소는 혼인의 성립과정에서 발생한 사유로 인해 혼인이 해소되는 것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우리 민법 제816조 제3호는 혼인취소의 사유에 대해 ‘부모 동의 없는 미성년의 혼인, 근친혼, 중혼, 재혼금지 위반 등에 해당하는 경우’, ‘결혼 당시 당사자 일방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이나 그 밖의 중대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경우’,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결혼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결혼 당시 당사자 일방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이나 그 밖의 중대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취소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결혼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혼인취소를 청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만일 위 사례와 같이 자녀가 친자가 아닐 경우에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친생부인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이혼은 물론 혼인취소나 혼인무효의 경우에도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여러 변수에 대한 법률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