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사랑하자"…여성도 삼각팬티보다 드로즈 더 많이 입는다

김은성 기자
미국 속옷 기업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델이 된 미국 여자축구팀 주장이자 동장애자인 메건 러피노. 연합뉴스

미국 속옷 기업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델이 된 미국 여자축구팀 주장이자 동장애자인 메건 러피노. 연합뉴스

대학원생 김모씨(24)는 어릴 때부터 태권도 등의 운동을 즐겨해 비슷한 체형의 여성들 보다 어깨가 넓고 가슴이 벌어진 몸을 갖고 있다. 김씨는 “체형이 평균적이지 않다 보니 기존의 보정브라를 입을 때는 속옷에 몸을 맞춰야하는 답답함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와이어를 없애고 활동성을 높인 브라렛으로 갈아 탄지 1년. 김씨는 “내 몸에 속옷을 맞추는 것 같아 자유롭다”며 “생리할 때 가슴을 누르는 (와이어의)압박감도 없어지고 혈액순환도 잘되는 느낌을 받는다. 외출했다가 집에 온 후 브라를 벗을 필요도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자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자기 몸 긍정주의)’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편한 여성 속옷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몸을 압박하던 보정 속옷 대신 자신의 몸에 맞고 편안한 속옷을 찾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30일 이랜드리테일에 따르면 라이프스타일 웨어브랜드 애니바디(ANYBODY)의 편애브라는 출시 3개월 만인 지난 28일 기준 누적 매출액 10억원을 돌파했다. 편애브라는 편안한 착용감에 중점을 두고 기획한 ‘와이어 없는’ 브라다. 편애브라는 이번달에만 애니바디 온라인 매출의 30%를 웃돌며, 핵심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너무 편해 매일 편애하게 된다’는 의미의 편애브라는 신체를 강조하거나 화려한 디자인을 사용하지 않고, 기능에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모델이 애니바디(ANYBODY)의 편애브라와 자주(JAJU)의 여성용 사각 드로즈를 착용한 모습. 애니바디·자주 제공

모델이 애니바디(ANYBODY)의 편애브라와 자주(JAJU)의 여성용 사각 드로즈를 착용한 모습. 애니바디·자주 제공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에서도 와이어 없는 브라렛, Y존을 압박하지 않는 여성용 사각팬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지난 11일까지 기준으로 브라렛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9%, 여성용 사각팬티 매출은 72% 증가했다. 특히 여성용 사각팬티인 드로즈가 올해 6월 처음으로 삼각팬티 판매량을 넘어섰다. 자주 관계자는 “사각팬티인 드로즈가 삼각팬티의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것은 속옷 트렌드가 건강과 실용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화려한 레이스 디자인과 보정력을 강조했던 국내외 유명 속옷 브랜드들도 유사한 상품을 선보이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 속옷 시장을 선도했던 빅토리아 시크릿이다. 남성이 원하는 섹시함을 속옷에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빅토리아 시크릿은 지난 17일 브라질 출신의 성전환 모델과 임신부 등 다양한 여성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2019년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기용하기도 했지만, 성 소수자와 임신부 등 다양한 배경이 있는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건 창사 45년만에 처음이다. 최고경영자 마틴워터스는 “빅토리아 시크릿은 세상의 변화에 너무 늦게 반응했다. 여성의 매력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해 판촉 전략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국 패션 마켓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30여성이 브라 등의 속옷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착용감’이다. 디자인은 7위, 코디성은 11위에 그쳐 외형보다 편안함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재택근무 일상화로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편안한 속옷과 홈웨어 등을 찾는 소비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도 “사회적으로 미의 기준이 달라지고 남에게 보이는 옷 맵시 보다 내 몸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여성들에게 확산되면서 편안한 속옷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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