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중심축 이동한 삼성·LG전자

LG전자 오브제컬렉션 제품들. LG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전자업체들은 올해 생활가전·TV·스마트폰을 가릴 것 없이 높은 기술력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났고, 반도체·부품난 때문에 부족한 생산 역량을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다보니, 회사의 중심축도 크게 이동했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해야 한다는 오랜 숙제도 상당 부분 해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2일 프리미엄 가전 ‘오브제컬렉션’ 출시 1년을 기념해 낸 보도자료에서 “오브제컬렉션 인기에 힘입어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 매출은 올 들어 3분기까지 20조원을 돌파했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LG전자가 영업이익 뿐 아니라 매출에서도 미국 월풀을 제치고 생활가전 부문 세계 1위 업체로 무난히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 수요를 제대로 공략한 점이 월풀과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프리미엄 가전 ‘비스포크’도 소비자 맞춤형 가전이란 콘셉트로 큰 성공을 거뒀다. 올해 들어 냉장고, 정수기, 세탁기, 에어컨, 신발관리기, 무선청소기 등 거의 모든 가전이 비스포크 이름을 달고 나오면서 삼성 생활가전의 대세로 자리잡았고, 북미와 유럽에도 진출해 인기를 끌었다.

TV 부문에서는 올해 프리미엄의 대명사였던 올레드(자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의 저변이 크게 넓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올레드 TV 출하량 전망치를 연초 580만대에서 610만대, 최근엔 650만대로 계속 올리고 있다. 업계 리더인 LG전자는 전년보다 2배 많은 400만대의 올레드 TV를 팔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TV 매출에서 올레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4%에서 올해 32%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퀀텀닷(QD) 올레드 TV’로 올레드 TV 시장에 진출하고, 억대가 넘는 마이크로 LED TV의 가정용 제품(99인치, 88인치, 76인치)을 출시하는 등 고가 제품 수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해 8월 3세대 폴더블폰(갤럭시Z폴드3·플립3)을 내놓으며 폴더블폰 대세화를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저가폰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프리미엄폰에서 애플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데, 프리미엄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폴더블폰 승부수가 올해는 어느정도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Z폴드3·플립3의 세계 판매량이 출시 후 한달 간 2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가 한정판으로 선보였던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의 톰브라운 에디션.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성공이 반갑다. 그간 화웨이·샤오미·하이얼 등 중국 전자업체들이 14억 내수 시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시장으로의 중심 이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국면이 기회가 됐다. 소비자들이 해외 여행을 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억눌린(펜트업) 수요가 프리미엄 가전제품 소비로 이어졌다. 더구나 올해 하반기엔 반도체 수급난과 중국의 전기 부족, 동남아의 코로나19 확산 등이 겹치며 생산에 제약이 크다 보니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더 높아졌다. 적은 생산량으로 큰 수익을 내기위해 프리미엄 생산에 더 집중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갤럭시S21의 보급형인 FE(팬에디션) 제품 출시를 하지 않은 것도 폴더블폰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력이 높은 한국에겐 프리미엄 제품 시장이 커진 것이 반가운 일”이라며 “반도체·부품 수급난이 풀리면 더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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