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만 가는 생활물가…아득합니다”

이윤주·박상영 기자

10월 물가 3% 돌파, 9년9개월 만에 최고…식자재 ‘체감도’ 높아

“우유·고기 등 사면 10만원 훌쩍”…전·월세, 대출금리도 오름세

“남편 월급만 빼고 다 올랐어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집밥 식재료 사는 게 큰 부담이었는데 이제 백신 맞고 밖에 좀 나가려니까 기름값, 외식비 어느 것 하나 안 오른 게 없더라고요.”

경기 안양시 평촌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38)는 최근 폭등한 장바구니 물가로 인해 소비를 줄이고 있다. 자녀에게 먹일 쇠고기는 한우 대신 호주산이나 미국산으로 바꿨고, 체중 조절을 위해 구입하던 양상추는 사본 지 오래다. 김씨는 “예년에는 올랐다가도 곧 떨어지고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도대체 한 번 오른 물가가 내려오질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2%를 기록했다고 2일 발표했다. 2012년 1월(3.3%) 이후 가장 높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지막으로 3%대를 나타낸 것은 2012년 2월(3.0%)이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이 27.3% 오른 데다 달걀·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 상승세도 이어진 여파로 풀이된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3%’를 훨씬 뛰어넘는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는 대출금리, 전·월셋값 역시 그늘을 깊게 만들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밥상물가 고공행진은 지속 중이다. 이상기후, 코로나19 등의 영향에다 공급망 병목으로 수입도 원활치 못하면서 신선식품, 가공식품 할 것 없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대한 가격인상을 자제하던 기업들도 올 하반기 들어서는 제품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농심과 오뚜기 등이 라면값을 7~11% 인상했고, 10월에는 우윳값이 5% 안팎으로 올랐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워킹맘 정모씨(39)는 “아이 있는 집에선 우유와 고기가 필수인데,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은 매끼 같은 반찬을 줄 수도 없고 장바구니에 조금만 담아도 10만원을 넘기 일쑤”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은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초저금리 기조가 막을 내리고,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은 “유류세 인하로 내달부터 물가 하락 기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본격화하면서 서비스 수요 등이 살아나는 점도 물가를 더 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주유소가 오는 12일부터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를 판매 가격에 즉시 반영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유류세 인하의 영향으로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0.3%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행 시기 등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물가 하락 효과는 오는 12월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상승, 공급망 병목 현상 등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 압력이 그렇게 세지는 않았는데, 최근에는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면서 “더구나 정부가 전 국민의 80%에 해당하는 인구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실상 유동성을 푸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물가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계층을 선별해서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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