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노트]반려견 비문 인식 기술로 CES 최고혁신상 받은 ‘펫나우’

펫나우의 반려견 비문 인식 기능에 대한 설명 자료. 펫나우 제공

한국의 스타트업 ‘펫나우’가 반려견의 비문(鼻紋·코 무늬)을 인식하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내년 1월 열릴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 2022’의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최고혁신상은 20여개 부문별로 가장 혁신적인 기술 하나를 선정해 주는 상이다. 세계적인 회사들도 쉽게 받지 못하는 상을 한국의 창업 4년차, 직원 12명의 작은 스타트업이 받았다.

펫나우의 기술은 ‘반려견의 공인인증서’라고 할 수 있다. 개의 코에는 사람의 지문처럼 개마다 다른 무늬(비문)가 있다. 이걸로 개를 구별해 인식하는 기술이 보편화되면 반려견을 잃어버리거나 유기했을 때 주인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지금처럼 마이크로칩을 개의 몸에 넣을 필요도 없다. 신원 확인이 가능해지니 펫보험의 보험료와 보장 혜택이 합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

2018년 즈음 펫나우를 비롯한 7~8개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쉽게 성공하지 못했다.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면 될 것 같았지만 스마트폰으로 개의 비문을 찍어 기존에 등록한 비문과 비교해도 정확도가 90%를 넘지 못했다.

임준호 펫나우 대표가 2일 서울 AI양재허브 사무실에서 비문 인식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임준호 펫나우 대표는 2일 서울 서초구 AI양재허브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러한 난관을 넘어선 비결에 대해 “펫나우는 반려견의 코 사진을 찍을 때부터 AI를 쓰기로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아지들이 쉴새 없이 움직이는데 한국에는 비문이 손톱보다 작은 소형견들이 많아서 선명한 사진을 얻기 힘들었다”며 “AI를 활용해 선명한 사진을 얻으니 99%의 정확도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용자가 펫나우 앱을 열고 스마트폰을 반려견의 얼굴에 대면 3개의 AI가 작동한다. 3개의 AI는 각각 강아지를 찾고, 강아지의 코를 찾아 초점을 맞추고, 찍은 사진이 선명한지 판단한다. 이 과정이 0.1초 안에 이뤄지고, 이를 여러번 반복하면서 3초~10초 사이에 10장 정도의 선명한 사진을 얻는다. 이용자는 따로 줌을 당기거나 초점을 맞추거나 사진 찍는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다. 앱이 알아서 사진을 찍어 전송한다. 이후 주인이 반려견을 잃어버렸을 때 팻나우 앱에 신고하면, 다른 이용자가 주인 없는 반려견의 비문을 찍어 바로 유실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임준호 펫나우 대표가 2일 서울 AI양재허브 사무실에서 비문 인식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펫나우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고, 서울시와 서울대에서 일할 공간을 저렴하게 제공받았다. 11억원의 정부 지원과제도 따냈다. 1999년부터 벤처·스타트업에서 일해 온 임 대표는 “2000년대엔 스타트업을 하기 참 척박했는데, 요즘엔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면 지원해주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펫나우는 국내를 넘어 반려동물이 2억 마리인 최대 시장 미국에서 인정받기 위해 CES에 도전했고, 최고혁신상을 받게 됐다. CES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터뷰한 미국인들은 한국인들보다 더 펫나우의 기술을 반겼다고 한다. 미국은 매년 1000만 마리 정도의 반려견을 잃어버리는데 다시 찾는 비율이 23%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미국인들은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강해서 강아지 몸에 칩을 심는 건 생각도 하지 않는다”며 “우리 기술을 소개하니 ‘믿을 수 없는 기술’, ‘정말 가능한 거냐’며 반겼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권에 초점을 맞춰 한 달동안 밤새 CES 심사를 준비했는데, 우리의 노력을 인정받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펫나우는 내년 CES를 마치고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펫나우의 비문 인식 애플리케이션(앱) 설명 자료. 펫나우 제공

펫나우는 장기적으로 반려동물 인식의 표준이 되길 꿈꾼다. 한국에서 7년동안 시행했지만 보편화되지 못하고, 동물권과 비용 문제도 있는 마이크로칩 내장 방식을 대체하려는 것이다. 펫나우는 지난달 중순 국내에 무료 앱을 출시했다. 앞으로 반려견을 안고 셀피(셀카)로 사진을 찍어 인식할 수 있는 기술과 고양이를 인식하는 기술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준비도 하고 있다. 임 대표는 “비문 데이터가 많아지면 AI가 더 똑똑해져서 인식률을 99.99%까지 올릴 수 있다”며 “많은 분들이 반려견을 등록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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