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자금' 마련에 기여한 한국인 1호 특허...그 정체는?

윤희일 선임기자
한국인 1호 특허 말총모자(1908년 정인호). 특허청 유튜브 채널 캡처

한국인 1호 특허 말총모자(1908년 정인호). 특허청 유튜브 채널 캡처

“특허는 뭐고, 실용신안은 뭐고, 상표는 도대체 뭐예요.”

대한민국은 지식재산(IP)강국이다. 특허출원 건수로 보면 전세계 4위에 오른 나라다. 인공지능(AI)을 통해 움직이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식재산에 나라의 명운이 달려있다는 말도 나온다.

반면 지식재산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은 특정인 또는 특정 기업의 전유물로 인식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지식재산은 우리의 삶 속에 살아있고, 배어있다. 지식재산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미래시대를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지식재산에 대한 오해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식재산을 초·중·고교의 교과목에 집어넣어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식재산의 개념과 역사, 흐름 그리고 미래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된 만화와 동영상이 나왔다.

■어려운 지식재산, 이제 만화와 동영상으로 배운다.

국내 지식재산 분야를 이끌어가고 있는 특허청이 어려운 지식재산의 세계를 사례 중심으로 쉽게 풀어서 제작한 만화와 동영상을 잇따라 내놨다고 25일 밝혔다. 특허청은 최근 <지식재산으로 열어가는 디지털 강국>이라는 제목의 만화책을 출간했다. 이번에 제작한 만화와 동영상은 이 만화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만화와 동영상은 <먼나라 이웃나라> 등의 만화로 유명한 이원복 교수가 그렸다. 특허청은 30쪽 분량의 만화책에 이어 1편당 5분 안팎의 길이인 동영상 4편을 만들었다.

동영상은 일단 재밌다. 딱딱하고 어려운 지식재산의 세계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4편의 동영상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소개한다.

특허청이 국민의 지식재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동영상 화면. 특허청 제공

특허청이 국민의 지식재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동영상 화면. 특허청 제공

1편의 제목은 ‘미국이 발명으로 전세계를 주름잡은 이유’다. 4분15초짜리 이 동영상을 보면 우선 발명과 특허 등 지식재산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인류의 문명은 끊임없는 발명에 의해 발전해 왔습니다. 불의 발견으로 인류의 발명은 시작됐고, 불의 발견은 불을 피울 수 있는 방법과 도구의 발명으로 이어졌죠.”

이런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동영상은 15세기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이탈리아의 베니스에서 세계 최초로 특허제도가 시작됐다는 사실, 이후 영국과 미국이 강력한 특허보호를 토대로 산업혁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는 사실 등을 알려준다.

동영상은 특허가 3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에서 큰 역할을 했고, 향후 펼쳐질 4차 산업혁명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다고 강조한다. 대한민국이 제헌헌법에 발명자 보호 규정을 두고, 특허국(1949년)을 거쳐 특허청(1977년)을 키워가면서 세계 4대 지식재산 강국의 신화를 이루어낸 얘기도 풀어놓는다.

2편의 제목은 ‘애플도 무릎 꿇린 한국기업이 있다’이다. 4분18초짜리 영상에서는 지식재산을 이루는 요소가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영업비밀, 저작권 등이라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펼쳐진 지식재산 관련 다툼의 사례를 소개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국내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국제 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식재산은 기업의 매출증대와 일자리 창출, 나아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요소”라면서 “지식재산이 기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을 보면, 특허는 물론 상표와 영업비밀 등 인간의 모든 지적활동의 산물을 법으로 보호하는 시대가 됐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특허권 분쟁을 소재로 한 특허청의 유튜브 동영상 화면. 특허청 제공

특허권 분쟁을 소재로 한 특허청의 유튜브 동영상 화면. 특허청 제공

‘자신감 뿜뿜 한국 지식재산 이야기’라는 제목의 3편은 7분32초로 다소 길다.

이 동영상에서는 ‘한국인 최초의 특허’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된다. 일제시대인 1909년, 정인호 선생은 말총모자로 특허를 받는다. 이게 바로 한국인 1호 특허다. 말총모자는 말의 털을 사용해 제작한 모자를 말한다. 이 발명품은 전통갓을 서양의 중절모와 절충한 것으로 당시 가격이 비쌌지만 인기가 높았다. 정인호 선생은 말총모자를 판매하고 남은 수익금을 상하이(上海)임시정부로 보내 독립운동자금으로 사용하게 했다.

동영상은 대한민국이 발명과 특허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한 원동력으로 ‘우수한 발명 유전자(DNA)’를 들었다. 금속활자, 훈민정음, 거북선 등을 우리 민족이 남긴 우수 발명품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한다.

동영상을 보면 특허청이 특허 등의 심사와 심판 업무 이외에 지식재산의 창출, 활용, 보호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기억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 교육기획과장은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재권에 대한 보호의 수준을 높이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대 앞서나가는 방법’(6분18초)이라는 제목의 4편은 우리가 지식재산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노하우를 제공한다. 주요 강대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과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지식재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정부와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지식재산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식재산, 왜 중요한가.

현대 사회에서 지식재산의 중심으로 흔히 특허를 꼽는다. 특허제도는 기본적으로 발명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면서 더 나은 발명을 위해 ‘공개된 기술’을 활용하게 하는 일종의 ‘윈윈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독점권이 인정되면 발명에 더욱 힘쓰겠나이다.”

동영상은 이런 대사를 통해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허를 통해 독점권을 인정받게 되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발명을 하게 되고, 이게 기술의 진보, 사회의 진보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특허제도가 발전한 국가는 결국 산업혁명을 주도했다. 베니스는 특허제도를 통해 르네상스를 이끌었고, 영국은 증기기관을 통해 산업혁명을 주도했다. 에디슨을 통해 시작된 미국의 전신전기혁명은 1980년대의 지식정보혁명으로 이어졌다. 이런 흐름은 미국이 오늘날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쥐게 한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지식재산은 인간이 이루어낸 지적활동의 성과 가운데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재산을 말한다. 그 영역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특허에서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영업비밀, 저작권 등으로 확대된다.

지식재산의 종류를 설명한 특허청의 유튜브 동영상 화면. 특허청 제공

지식재산의 종류를 설명한 특허청의 유튜브 동영상 화면. 특허청 제공

지식재산의 중요성은 다양한 곳에서 입증된다. 특허가 1% 증가하면 1인당 GDP가 0.65% 성장한다는 통계도 있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이 기업의 흥망을 결정하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기업은 퇴출돼도 지식재산은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909년 정인호 선생의 말총모자가 1호 특허로 등록된 이후 2010년에는 100만호 특호가, 2019년에는 200만호 특허가 각각 등록됐다. 대한민국은 특허출원 건수 순위로는 세계 4위에, GDP(국내총생산) 대비 특허출원 건수 순위로는 세계 1위에 각각 올라있다. ‘특허강국’이 우리끼리의 주장이 아니라, 세계적인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해외에서 지식재산을 놓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트폰 때문에 벌인 삼성과 애플의 대결과 배터리를 놓고 벌인 LG와 SK의 분쟁을 들 수 있다.

미래는 디지털 경제가 가속화하면서 지식재산으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기술패권경쟁으로 글로벌 통상 질서가 급변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김태응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장은 “우리 국민이 이번에 제작한 만화와 동영상을 통해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의 세계를 쉽게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허청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지식재산 혁신을 통해 디지털 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을 진행하는 등 미래를 대비한 각종 정책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청이 이번에 제작한 영상은 유튜브 ‘IP스토리센터 채널’(youtube.com/ipstorycenter)에서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이달 28일까지는 퀴즈 이벤트도 진행된다. 동영상을 시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벤트에 참여해 추첨을 통해 경품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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