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인플레이션 가파른 상승…소비심리 ‘100’ 아래로 얼어 붙어

이윤주 기자

우크라 전쟁·미 금리 등 부정적 경제 상황 확산으로 경기 위축

기대인플레 높을수록 물가 정점 통과 시점 늦어질 것으로 해석

물가는 점점 더 오르고, 소비는 위축될 것이란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체감 경기 지표로 확인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0년2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소비자심리지수는 1년4개월 만에 100을 밑돌았다. 물가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급등하고,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 소식이 확산하면서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5월(3.3%)보다 0.6%포인트나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말하는데, 1년 뒤 물가상승률이 4% 정도에 달할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은 물가가 정점을 통과하는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6∼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던 5월의 5.4%를 웃도는 수준이다.

기대인플레이션 3.9%라는 숫자도 이례적이지만 더 큰 문제는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과거에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7월부터 2009년 7월까지, 경기 회복 과정에서 일본 지진과 유럽 재정위기 등이 겹친 2011년 3월부터 1년 정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9%를 넘어 4%대에 이른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0.6%포인트 상승 속도는 과거보다 빠르다고 생각된다. 인플레이션, 미국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등 관련 뉴스를 예전보다 많이 접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경제주체들은 전망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여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우려가 있다.

동시에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 상승 심리가 확산하는 동시에 부정적 경기 전망도 커진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5월(102.6)보다 6.2포인트 떨어져 2021년 2월(97.2) 이후 1년4개월 만에 처음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CCSI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보다는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인데, 100 밑으로 내려왔다는 것은 소비자심리가 ‘비관적’으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5월과 비교해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가 모두 한 달 전보다 낮아졌다. 특히 향후경기전망(69)이 무려 15포인트나 추락했고, 현재경기판단(60)도 14포인트나 떨어지는 등 경기 판단과 관련한 지표가 급락했다. 황 팀장은 “체감 물가 상승, 미국의 긴축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 심리도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149)는 한 달 새 3포인트 올라 역대 기록을 세웠고, 주택가격전망지수(98)는 1개월 사이 13포인트나 떨어져 기준선을 밑돌았다.

한은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억눌렸던 민간 소비는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황 팀장은 소비자심리지수 전망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금리 인상 등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많아 불확실성이 크다”며 “다만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소비가 매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수가 받쳐준다면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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