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는 줄게, 더 글로리 빼고” 추적 비웃는 누누티비 불법 막힐까?

김은성 기자

국내 OTT 삭제, 해외 OTT 제외 ‘꼼수’

국내 콘텐츠 업계, 피해 규모만 5조원

CDN 사업자 접속차단 의무화법 발의

저작권 인식 개선 필요 목소리도 커져

누누티비 캡처.

누누티비 캡처.

불법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사이트 ‘누누티비’가 경찰 수사 등에 일부 콘텐츠를 삭제했으나 여전히 서비스를 유지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구글 검색과 플레이스토어 등에선 누누티비와 유사한 사이트와 이를 연결해 주는 앱 등이 불법임에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업계에선 기술적인 제재 외에도 저작권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방송사·국내외영화사·OTT 등으로 구성된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는 제2의 누누티비가 생기지 않도록 사이트가 중단될 때까지 대응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불법 사이트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행동에 나선 것은 처음으로, 협의체의 고소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2021년 개설된 누누티비는 도미니카공화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외 유료 OTT와 공중파·종편 등의 신작이 나오면 실시간으로 사이트에 공유한다.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온라인 도박 사이트 광고 등으로 불법 수익을 올린다. 지난달 기준 업계가 추산하는 누누티비의 활성 이용자수는 1000만명 이상으로, 넷플릭스(1151만명)의 국내 이용자 수와 비슷하다.

협의체에 따르면 누누티비로 인한 국내 콘텐츠 업계의 피해 규모는 조회 수와 VOD(주문형 비디오) 구매 가격을 단순 계산해도 5조원 수준에 달한다. 해외 수출 판권 등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더 커진다. 불법 콘텐츠 대응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인터넷주소(URL) 차단에 나섰지만 누누티브는 도메인을 변경하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 사용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바뀐 URL을 공유하며 사실상 피해를 키웠다.

논란이 일자 누누티비는 최근 사이트 운영 자체가 불법임에도 선심을 쓰는 것처럼 “국내 OTT 콘텐츠를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디즈니플러스의 ‘카지노’ 같은 해외 OTT 내 한국 드라마·예능에 대해선 여전히 불법 스트리밍을 하며, 합법 OTT보다 더 많은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사실상 어떤 방식으로든 불법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누누티비가 국내 캐시서버를 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우회하며 도메인 파악에 혼란을 일으키자,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뿐 아니라 CDN 사업자 등도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할 경우 접속차단을 위한 기술 조치를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도 국회에서 발의됐다. 캐시서버란 인터넷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 자주 찾는 데이터를 임시 저장해 시간을 절약해주는 장비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ISP 접속을 차단해도 CDN을 통해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을 불법 사이트가 악용해,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조치도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CDN 사업자 대부분이 아마존 등의 해외 기업인데, 해당 기업이 한국 정책에 얼마나 공조해 줄지에 대해 실효성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개인정보 유출을 100% 완벽하게 차단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불법 콘텐츠 이슈는 기술 규제 하나로 막을 수 없다”며 “미국 등의 선진국처럼 저작권 침해에 대해 적정한 손해배상을 하게 만드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OTT업계 관계자는 “고의적으로 불법 링크를 공유하고 시청하는 이용자 행위도 범죄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저작권에 대해 인식을 높이는 캠페인이 필요하다”며 “국회의 입법 보완과 동시에 정부와도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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