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6’ 시리즈를 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인공지능(AI)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세서 성능을 전작보다 대폭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하지만 많은 기대를 불러모은 AI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는 다음달에나 사용할 수 있는 데다, 한국어 버전은 내년 이후 업데이트될 것으로 보여 ‘미완’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파크 스티브잡스 시어터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아이폰16 시리즈와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아이폰16 시리즈는 6.1인치형 기본 모델과 6.7인치형 플러스, 고급 모델인 6.3인치형 프로와 6.9인치형 프로맥스로 구성됐다. 기본 모델과 플러스의 크기는 전작인 아이폰15 시리즈와 같지만 프로·프로맥스는 화면이 더 커졌다.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프로세서는 더욱 강력해졌다. 기본 모델과 플러스에는 최신 A18 칩이 탑재됐다. 3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한 이 칩은 16코어 뉴럴(신경망) 엔진을 갖춰 이전 세대보다 최대 2배 빠르게 머신러닝 기능을 실행한다고 애플은 설명했다.
프로·프로맥스 모델에는 그보다 한층 강력한 ‘A18 프로’ 칩이 실렸다. A18 프로의 중앙처리장치(CPU)는 전작보다 15% 빠르고 전력을 20% 적게 사용한다.
이 같은 프로세서 성능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위한 것이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16 시리즈는 처음부터 AI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6월 음성비서 ‘시리’에 AI를 접목한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다. AI와의 음성 대화만으로 메일 요약, 메시지 전송, 이미지 생성, 데이터 검색 등을 돕는 기능이다.
다만 이 같은 기능들은 이날 공개된 아이폰16에는 탑재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기능이 없는 상태로 출시되고, 다음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베타 버전이 제공된다. 처음에는 영어만 지원하며 내년에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더 많은 언어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어 AI 제공 시점은 알려지지 않아 내후년인 2026년에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애플의 작업 속도에 따라 앞당겨질 수 있다.
아이폰16 시리즈의 기기 측면에는 ‘카메라 컨트롤’ 버튼이 새롭게 적용됐다. 카메라 실행, 사진 확대·축소, 빛 노출 조절 등이 가능하다. 프로·프로맥스에는 4800만화소 광각 카메라가 탑재돼 전작보다 하드웨어가 발전했다.
이전에 프로·프로맥스에만 달렸던 ‘액션 버튼’은 기본 및 플러스 모델에도 적용됐다. 액션 버튼을 통해 카메라, 손전등, 음악 재생, 음성 메모 등의 기능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가격은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됐다. 기본 모델이 125만원, 플러스 135만원, 프로 155만원, 프로맥스가 190만원부터 시작한다. 가장 비싼 제품은 1테라바이트(TB) 용량의 아이폰16 프로맥스로 250만원이다.
한국이 처음으로 아이폰 신제품 1차 출시국에 포함됐다. 아이폰16 시리즈는 오는 13일부터 사전 주문할 수 있고 20일부터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아이폰16 시리즈가 침체된 스마트폰 수요를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애플의 올해 2분기 아이폰 매출은 393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점점 길어지면서 삼성전자, 화웨이 등 경쟁사들은 저마다 AI 기능과 폴더블(접이식) 외형 적용 등을 통해 다양한 상품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애플이 지난 6월 공개한 애플 인텔리전스를 이번에 출시된 아이폰16 시리즈에 담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의 AI 기능은 계속 지연되고 있으며, 그 느린 속도는 아이폰16의 주문이 ‘슈퍼 사이클’에 도달하지 못할 것임을 의미한다”며 “애플 인텔리전스 도입은 느리고 단계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