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 중개·보증금 착복… 한 채로 여러명과 계약도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주의보가 발령됐다. 최근 전세난을 틈타 내집 마련이 다급한 세입자를 상대로 전셋돈을 가로채는 악덕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세입자들은 계약 때 철저한 신원 확인과 함께 집주인에게 직접 돈을 건네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국토해양부는 23일 지방자치단체와 공인중개사협회에 불법 중개행위 단속과 자정활동을 강화하도록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전세 수요자들이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오피스텔을 전세로 얻은 ㄱ씨는 사기 피해를 당했다. 오피스텔 소유주가 건물관리인에게 믿고 맡긴 게 화근이었다. 주인인 김모씨는 “월세로 입주하려는 세입자가 있다”는 관리인의 말만 믿고 계약을 위임했다. 그러나 관리인은 김씨에게 월세 계약을 했다고 속인 뒤 실제로는 부동산중개업자와 짜고 전세 계약을 맺은 뒤 보증금을 가로채 달아났다.
무자격자가 중개업등록증 또는 자격증을 위조해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며 사기극을 벌이는 사례도 종종 있다. 월세로 여러 개의 주택을 계약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중개업소를 찾은 세입자들을 상대로 집주인이라고 속여 여러 명의 전세 수요자와 중복 계약을 맺은 뒤 전세보증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이 같은 전세 사기 사건의 경우 사후에 구제받을 방법도 마땅치 않아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
부동산중개업자가 임대차 거래를 중개할 때 소음이나 누수 등 하자 사항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세입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고 국토부는 주의를 당부했다.
정부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나 중개업 등록증을 빌려 전세 사기를 벌이는 것을 막기 위해 협회에 자격증 대여를 금지하고 단속 강화를 주문했다. 또 불법 중개행위에 대한 합동 단속을 벌이도록 각 지자체에 요청하고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다가구·다세대 주택 소유주에 대해서도 전세 사기 피해 유형을 전달하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정부는 다음달 반상회 때 전세 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안내문을 싣도록 행정안전부에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기 피해를 보더라도 주의·확인 의무를 게을리한 임대인이나 임차인에게도 일정 책임이 돌아가는 만큼 다소 번거롭더라도 신분 확인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면서 “계약·보증금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주고받는 게 안전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