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의혹 해부

부패에 날개 달아준 ‘민·관 공영개발’…택지개발 공공성 높여야

송진식·김희진 기자
4일 경기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일대 부동산들이 투자상담을 내세운 광고판을 내걸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4일 경기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일대 부동산들이 투자상담을 내세운 광고판을 내걸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판교대장지구 도시개발사업은 ‘계획→설계→실시(시행)→관리’라는 택지개발사업의 전 단계에 걸쳐 부실이 거듭된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선례가 거의 없는 ‘조 단위’의 민·관공영개발 방식을 택하면서 민간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판이 펼쳐졌고, 여기에 관리·감독 역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계획은 미숙했고, 설계는 허술했으며 시행과정에서는 온갖 부패 의혹이 제기된다. 관리감독책임이 있는 지자체는 방관하거나 무지했다. 전문가들은 “판교대장사업을 택지개발사업 전반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간 이익만 극대화한 ‘허술한 구조’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4일 “공영개발인 사업을 민간의 손에 넘기기로 한 결정 자체가 잘못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첫 단추인 ‘계획’단계부터 어긋났다는 것이다. 판교대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할 목적으로 계획서를 수립해 2009년에 성남시에 제안까지 한 사업이다. 하지만 LH는 이듬해인 2010년 판교대장사업에서 발을 뺀다. LH의 한 관계자는 “당시 LH에 부채가 많았고,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과정에서 사업 추진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공공이 민간과 경쟁하면 안된다’고 발언한 결과”라며 현 야당에 원천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LH를 통한 사업이 무산된 성남시는 산하 성남시도시개발공사 주도로 자체 공영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공사 채권발행을 통해 1조원 가량의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시의회에 제시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시의회의 벽에 막힌 판교대장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민·관공영개발로 방향을 틀었지만, 설계과정 역시 구멍이 많았다. 조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는 민·관공영 사례는 판교대장이 사실상 처음인데다, 도시개발법에는 사업의 수익 배분과 관련한 규정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렇다보니 사업 수익이 얼마가 되든 ‘일정액’만 성남시가 배분받고 나머지는 모두 화천대유 등 민간이 가져가는 허술한 구조가 탄생했다. 이 설계과정에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시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초과이익 환수제도 필요

이렇게 민간의 손에 넘어간 판교대장 사업은 개발이익환수특례조치(2016년),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을 적용 받게 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민간의 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기이한 구조’가 형성됐다. 화천대유는 성남시가 넘겨준 ‘토지수용권’을 앞세워 헐값에 땅을 사들인 뒤 비싸게 되팔아 비정상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차지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행 도시개발법을 보면 기본적으로 공공사업에 대한 규정을 하면서도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약하고, 판교대장은 이 법을 근거로 시작된게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법을 개정해 공공사업은 공공이 시행하고, 민간은 시공하는 원칙을 바탕으로 공영개발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성남시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화천대유 등 민간시행사 선정과정 자체에 비위의혹이 있고, 막대한 이익이 민간에 돌아간 것을 알고도 일정액을 회수한 점만 부각해 “치적”이라고 자평했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세용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일원화된 부동산 감시기구가 없다보니 다양화되는 투기수법을 감시하고 대응하는데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가칭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해 감독을 강화하고 공적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초과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공공택지 개발의 공공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이같은 부패 의혹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근 위원은 “가장 큰 교훈은 공공택지는 민간에 팔지 말고 원칙대로 공영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3기 신도시 역시 토지의 40% 이상을 민간에 매각해 이 비용으로 사업을 하게끔 돼있는데, 이 역시 민간에게 또다른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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