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주춤…“하락 전조로 보기엔 시기상조”읽음

송진식·김희진 기자

전문가들, 부동산 시장 평가

지난 19일 매물 정보가 붙어 있는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최근 집값 오름세가 다소 주춤하자 집값 하락이 시작됐는지를 놓고 시장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매물 정보가 붙어 있는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최근 집값 오름세가 다소 주춤하자 집값 하락이 시작됐는지를 놓고 시장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연합뉴스

매매가격 8주째 ‘보합·하락세’
KB부동산 매수심리 지표는 ↓
거래량 급감에 매물은 더 쌓여

“20·30대 실수요 여전히 높아
내년 전세시장·대선 등 변수”

펄펄 끓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오름세가 차츰 진정되는 것일까. 한 주간 전주 대비 가격 상승폭(상승률)을 의미하는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8월 마지막주를 기점으로 8주째 보합 내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매도와 매수심리를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 역시 6주째 하락하며 기준선인 100을 향해 가고 있다.

8월 말은 정부의 대출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통상 추석이 있는 9월은 부동산 시장에서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기도 한다. 여기에 급등한 가격에 대한 시장의 피로감이 겹치며 가격 상승폭이 둔화됐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상승폭 둔화가 곧 가격 하락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지만 여전히 주간 상승폭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팔자”에 나서면서 매물이 쌓인 것인지 여부와 내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이 안정될지 여부에 따라 아파트 가격 상승이 재차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상승률·매매 건수·매수심리 ‘하락 중’

24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시계열자료(18일 기준)’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간 0.17% 올라 전주(11일 기준)와 동일한 상승폭을 나타냈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월 첫째주 0.06% 상승을 시작으로 8월 넷째주엔 0.22%까지 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는 2018년 9월 셋째주(0.26%) 이후 2년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오른 수치다. 8월엔 특히 1~4주 연속 0.2%대 주간 상승폭을 나타냈다.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가계 대출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자 정부는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장에선 당초 “별 효과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한 달여가 지난 최근의 흐름을 보면 일정 부분 효과를 보이는 중이다. 8월 마지막 주에 0.21%로 전주 대비 0.01%포인트 꺾인 주간 가격 상승폭은 이후 7주 연속 보합 내지는 하향세를 보이는 중이다.

가격 상승폭만 둔화된 것이 아니다. 아파트 매매 건수와 시장 심리가 반영되는 매매수급지수 모두 내리막길이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자료 기준 9월 아파트 매매 건수는 2548건으로 ‘거래 절벽’ 수준을 나타냈던 2019년 3월(2282건) 이후 1년6개월 만에 가장 적다. 부동산 거래 신고기한이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10월 매매 건수에 9월 매매 거래가 반영될 수 있다. 이날 기준 10월 매매 건수는 576건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종합하면 9월 들어 눈에 띄게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줄었다는 의미가 된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10월 들어 거래가 거의 없다시피 해 가격 상승·하락 여부를 따지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매매 건수 급감이 매물 감소에 따른 영향은 아니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의 집계를 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1880건으로 8월 마지막 주의 3만8608건보다 매물이 더 늘었다.

기준선인 100을 넘을 경우 매수심리가 강함을 뜻하는 매매수급지수 역시 101.6으로 지난주(101.9)보다 0.3포인트 내렸다. 9월 둘째주 들어 107.1로 하락을 시작한 매매수급지수는 6주 연속 하락하는 중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의 ‘매수우위지수’는 10월 들어 아예 100 아래로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사자”는 사람보다 “팔자”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 18일 기준 매수우위지수는 86.1로 전주(94.5)보다 8.4포인트 하락했다. 8월 넷째주 이후 9주 연속 매수우위지수가 하락 중이다.

■ 가격 상승폭 여전히 높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가격 하락의 전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주간 가격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점을 들어 “하락까지는 아니다”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19일 기준 주간 가격 상승률은 0.01%로 최근보다 훨씬 낮았다. 지난해 9~10월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내내 가격 상승률이 0.01%를 기록해 당시 정부는 “사실상 가격 상승이 멈췄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가격 하락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이른바 ‘대세 하락’을 볼 수 있는 선행지표로 청약경쟁률을 보면 되는데, 나홀로 아파트나 비인기 지역에서 일부 미분양이 나고 있지만 대규모 단지나 인기 브랜드 아파트의 경쟁률은 여전히 높다”며 “대출 규제를 강하게 밀어붙여 상승폭을 일정 시점까지 묶어둔다거나 강보합 수준까지 끌어내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근 흐름을 하락 전조라고 보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20·30세대의 대기수요 및 실수요가 여전히 높고 수요자들을 진정시키기엔 정책적인 대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내년이 되면 다시 대출한도가 풀려 대출이 이뤄지는 영향 등도 있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까지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가격 동향의 변수로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풀릴 것인지 여부와 내년 전세시장 안정 여부가 꼽힌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양도세가 오르면서 다주택자들의 ‘매물 잠김’ 현상이 강해진 점을 들어 양도세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양도세 완화 여부는 내년 대선과도 연계돼 있다. 야당으로 정권이 바뀔 경우 곧바로 양도세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다. 실제 지난 21일 마무리된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양도세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상반기 전세시장의 경우 지난해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2년간 전세계약이 연장된 계약 건들의 재계약 만료 시점(8월 이후)이 다가온다는 점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미 같은 단지에서도 신규계약과 재계약 사례 간 가격 격차가 많게는 수억원 대에 달하는 ‘이중가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계약 만료 물량이 대거 신규계약으로 돌아서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할 경우 이와 연동된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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