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기금, 낙후 도심의 ‘희망 등대’로

송진식 기자

HUG, 융자규모 매년 커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도시재생기금 융자를 통해 재탄생한 경남 진주시의 ‘현장아트홀’ 소극장 모습. HUG 제공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도시재생기금 융자를 통해 재탄생한 경남 진주시의 ‘현장아트홀’ 소극장 모습. HUG 제공

진주 ‘현장아트홀’ 대표 사례
극단, 건물 매각 위기 기금 활용
저리 융자로 건물 매입 후 유지

2016년 첫 도입, 지난해 8636억
사업비 70~80%, 연 1%대 지원

경남 진주시의 ‘현장아트홀(구 동명아트홀)’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관이자 만남의 장소로 사랑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대기업의 자본을 앞세운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이 등장하면서 형편이 기울기 시작했다. 찾는 이의 발걸음이 뜸해졌고, 수익은 줄었다. 2007년부터는 (사)극단현장이 지역 유일의 민간 소극장으로 건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소극장 운영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 원도심에 해당하는 주변 상권마저 기울자 건물주는 해당 건물을 부동산 시장에 내놓았다. 건물이 매각될 경우 오갈 데 없어지게 되는 극단 측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해법을 모색하던 극단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저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통해 건물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지역 유일의 소극장으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HUG는 분양보증,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보증업무를 전담하는 공기업으로 널리 알려져있지만 각종 주택도시금융 관련 정책사업을 전담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29일 HUG에 따르면 2015년부터는 주택도시기금을 총괄 수탁·관리하며 낙후된 도심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도시재생 사업자들에게 저금리로 ‘도시재생기금’을 융자해주고 있다.

HUG의 도시재생기금은 사업자의 목적에 따라 수백억원 규모에 이르는 복합개발사업부터 주민 주도의 소규모 생활시설 조성사업까지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다. 2016년 도시재생기금을 처음 도입한 이래 2018년 3335억원, 2019년 5404억원, 2020년 8636억원을 지원하는 등 갈수록 융자규모가 커지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연간 1조원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주시의 (사)극단현장도 도시재생기금을 받아 소극장을 살려낸 사례다. 극단의 안정적 운영과 지역 복합문화공간 건립을 목적으로 융자를 신청했고, 총사업비 15억원 중 1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를 활용해 지하 1층은 다목적 소극장, 1층은 카페형 전시실, 2층은 공동협업공간, 3~4층은 공연아트홀로 꾸며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조성했다.

극단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는 극단에 대출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 매입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HUG의 도시재생기금 지원을 알게됐다”며 “상환 압박 없이 장기간 저리로 지원받아 시민극단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주체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단이 받은 대출은 HUG의 여러 도시재생기금 중에서도 ‘공동협업공간 조성자금’에 해당한다.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서 동일 건축물 내 공동 작업실·교육시설·회의실과 같은 공동협업공간을 포함하는 건축물을 조성하는 경우 총사업비의 최대 80%까지 최장 12년간을 연 1.2~1.9%(변동금리)로 지원한다. 공동협업공간뿐 아니라 생활 및 창업시설, 임대상가 등을 조성할 때도 이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서울 당산동 1가에 있는 A주택의 경우 HUG의 ‘자율주택정비사업 융자’를 받아 생활환경 등을 개선한 사례다. 이 주택은 준공된 지 70년이 넘는 노후 단독주택었지만 융자를 활용해 지상 5층 규모(주택 18가구·상가 9실)의 건물로 재탄생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두 명 이상의 소유주가 주민합의체를 구성해 노후화된 단독·다세대주택을 스스로 개량 또는 건설하는 사업이다. HUG는 총사업비의 최대 70%까지, 5년간 연 1.5%(변동금리)의 이율로 융자를 지원한다.

해당 주택 소유주는 “부모님대부터 오랜 기간 거주한 옛 추억이 있는 공간을 쉽게 팔 수 없어 형제들끼리 노후건물 개량을 추진한 것이 계기가 됐다”며 “HUG의 융자가 저렴한 금리와 만기일시상환방식이라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HUG관계자는 “도시재생기금을 통해 낡은 도시의 환경을 개선하고 원도심 재생에 성공한 사례가 점차 늘고있다”며 “전국에 있는 HUG 주택도시금융센터 5개 영업점이나 대표 콜센터(1566-9009) 등을 통해 기금 관련 상담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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