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에 누워있는데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소리인지 확인해보니 다이너마이트를 심기 위해 암벽에 구멍을 뚫는 소리래요.”(청담동 A빌라 주민)
“아침식사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시계를 보니 오전 7시 40분이었고요. 터널 발파구간이 아직 우리집 아래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폭발음이 들립니다.”(청담동 B빌라 주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터널 굴착작업이 한창인 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강변 주택가 주민들은 “불안하다”고 말했다.단순히 발파소음 때문만은 아니다. 주민들은 주택 일부에서 문 뒤틀림, 담벼락 균열 등의 이상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GTX 노선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도심지역의 깊숙한 지하를 통과하는 터널, 즉 도심 대심도 터널을 뚫어야 한다. 문제는 GTX-A·B·C 터널 바로 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국토부와 시공사는 “법정기준을 지키며 공사를 하고 있고,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GTX청담동 비상대책위원회 임원을 맡고 있는 주민 C씨는 “착공 전 청담동 일대가 단단한 암반층으로 이뤄져 있어 안전하다는 국토부와 에스지레일의 설명과 달리 굴착작업 과정에서 단층 파쇄대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강남구 청담동 110-3 안전성, 소음진동, 노선변경 요청 민원’ 답변서를 보면 GTX-A노선 시행사인 에스지레일은 해당구역 직하부 터널구간이 단단한 기반암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민 D씨는 “이 자료는 굴착작업 전인 2020년 8월에 받은 것”이라며 “막상 터널을 파보니 자료와 달리 일부 주택 지하에서 편마암과 다수의 단층파쇄대가 발견되고 있다. 현장 공사담당자들도 인정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층파쇄대란 단층을 따라 암반이 깨져있는 층을 말한다. 단층파쇄대에 터널을 뚫을 경우 파쇄대 떨어져내림, 지하수 유입 등에 따른 터널붕괴 가능성이 암반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D씨는 “이 일대가 제2의 삼두아파트가 되지 말란 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인천 동구 송현동 삼두1차 아파트 지하 42m 아래에는 현재 6차선 도로인 인천북항터널이 지나가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2015년 지하 터널공사가 시작된 이후 곳곳에 금이 가고,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담동 GTX터널 공사는 인천북항터널 공사와 동일한 다이너마이트 발파 방식이다. 삼두1차 아파트 주민들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지반침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터널이 집 바로 아래에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은 GTX-A 청담동 한강변 직하부대표회의를 구성하고 지난 3일 국토교통부장관에게 공문을 보내 “공사를 임시중단하고 안정성을 다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가 주관하는GTX 삼성역 건설이 지연됨에 따라 청담동을 경유하는 삼성동~서울역 구간 개통이 당초 2024년 6월에서 2026년 9월로 2년 이상 늦춰진 만큼 공사를 멈추고 외부기관을 통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해 달라는 것이다. C씨는 “주민들은 무기한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청담동 일부 구역이 당초 예상과 달리 암반층이 아닌 것이 확인됐고, 터널공사 과정에서 지하수가 계속 유출되고 있는 만큼 안전성 검사를 해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토부는 그러나 공사 중단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담동 지역 내 공사과정에서 지반침하량 및 변형률을 며칠~일주일 단위로 계측해 기록하고 있고, 주민 열람요청시 정보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안전성 문제로 염려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최대한 안전한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이 삼성역 공사 지연과 관계없이 GTX-A노선 삼성역 좌우 구간은 예정대로 부분개통을 하라고 처분한 만큼 다른 구간 공사를 지연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공사 관계자는 “GTX는 표층에서 50m 아래로 깊게 파서 터널을 뚫기 때문에 지하철에 비해 훨씬 깊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일부 구간에서 발견된 부서지는 암반은 지반강화를 위한 보강공사를 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