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빌려주는 게 해결책 아냐" 기초지자체 97% 고시원·판잣집 거주 노인 증가

류인하 기자
서울 노량진의 한 상가건물에 3개 고시원이 입주해 있다 . 고희진·오경민 기자

서울 노량진의 한 상가건물에 3개 고시원이 입주해 있다 . 고희진·오경민 기자

전국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공간에 거주하는 청년가구수가 지난 5년 사이 증가한 지역은 132곳(5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주택 이외 공간에 거주하는 노인가구수가 증가한 지자체는 223곳으로 전체의 97%에 달했다.

주택 이외의 공간에는 숙박업소 객실, 판잣집, 비닐하우스, 고시원, 고시텔, 일터의 일부공간 및 다중이용업소 등이 있다. 주택 이외 공간 거주자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열악한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는 청년과 노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초 지자체별 주거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2015년 대비 2020년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20~34세 청년 가구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서울 관악구였다. 2015년 3060가구였던 주택이외 거처 거주 청년가구 수는 2020년 7762가구로 늘어 4702가구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경기도 수원이 2443가구에서 5038가구로 2595가구 증가했으며, 서울 성북구 1337→2706가구(+1369가구), 제주시 730→2497가구(1044가구), 경기화성시 1734→2497가구(763가구) 순으로 증가했다.

주택 외 거처에서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가구가 증가한 기초지자체는 223곳으로, 상위 10개 지자체 가운데 8곳이 경기도(경기 수원·화성·부천·성남·파주·남양주·포천·고양시)였다. 경기 수원은 2015년 582가구였던 오피스텔 제외 주택 외 거처거주 노인가구가 2020년 1143가구까지 늘었으며, 화성시는 660가구에서 1190가구로 늘어났다. 부천시는 470가구에서 971가구로 늘어 상위 1~3위 기초지자체 모두 500가구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윤석열 대통령은 주택 외 거처 거주와 관련해 이곳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임대보증금을 무이자로 대여해 정상거처로 이전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정상 거처의 정의 및 범위, 비정상 거처 현황, 비정상 거처 거주자 현황, 이주희망자 등이 파악되지 않았고, 임대보증금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초지자체별 주거현환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하고 윤석열 정부의 취약주거계층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경실련 유튜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초지자체별 주거현환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하고 윤석열 정부의 취약주거계층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경실련 유튜브

경실련은 “임대보증금을 무이자로 시장에 풀면 비정상 거처와 비슷한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 비율이 높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유사주택 임대료가 국지적으로 상승할 수 있고, 이는 해당 지역 취약계층 주거비 상승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보증금을 지원받기 위해 거주지역·거주시설·거주기간을 허위신고하는 편법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주택이외의 거처에 임차인으로 거주하는 고령자 단독가구수는 2015년 대비 2020년 185개 기초지자체로 늘었다. 경기 수원은 고시원 등에 세들어사는 노인 단독가구수가 2015년 338가구에서 2020년 1409가구로 1071가구 늘었으며, 경기 부천은 255가구에서 1318가구로 증가했다. 서울 구로구는 188가구에서 1139가구로 늘어 독거노인의 주거실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실련은 “단순히 시설개선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궁극적으로는 다중생활시설에 대한 리모델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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