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공사중단' 둔촌주공 '강제개입' 중재안 내놨다

류인하 기자
지난 5월 18일 오전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월 18일 오전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모습. 연합뉴스

공사 중단 40여일째에 접어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과 관련해 서울시가 강제개입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조합과 시공사업단에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쟁이 시끄러워지면 (정부가) 나선다는 선례를 남길 수는 없다”면서 둔촌주공 갈등에 선을 그은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이번 중재안은 민간 재건축 사업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할 부분은 제한적이지만, 더 이상 시간끌기를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자체가 사업대행자를 세워 공사중단 사태를 마무리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2월 서울시 코디네이터 활동보고서를 통해 제시됐던 중재안의 경우 거부의사를 표시했던 조합은 이번 서울시 중재안은 최대한 수용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중재안 자체가 모호한 데다 향후 법적공방 소지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판단에 따라 중재안에 회의적이다.

경향신문이 1일 단독입수한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조합·시공사업단 중재안’을 살펴보면 서울시는 갈등의 핵심인 ‘2020년 6월 25일 변경계약’의 유·무효 여부에 대해 더이상 논하지 않고, 기존 계약의 쟁점인 공사비 적정성, 마감재 고급화, 도급제 변경에 대해 서울시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것을 권고했다.

해당 문건은 서울시 중재로 지난 5월 27일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처음으로 협상테이블에 앉은 날 서울시가 양측에 전달한 것으로, 당시 현장에서는 중재안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안을 보면 서울시는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2020년 6월 25일) 변경계약에 따라 책정된 공사비 3조2000억원에 대해 기존 계약시점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재검증을 신청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계약을 변경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조합이 총회를 열어 취소했던 변경계약을 시공사업단의 요구대로 인정해주고,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건축비 인상분 역시 반영해 변경계약을 다시 체결하라는 얘기다. 대신 시공사업단은 조합의 마감재 고급화 요구를 받아들이고, 도급제 변경 요구 역시 수용할 것을 권고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 지난 5월 22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현장인 강동구 둔촌전통시장을 방문해 공사재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 지난 5월 22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현장인 강동구 둔촌전통시장을 방문해 공사재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조합의 ‘아킬레스 건’으로 꼽히는 마감재 변경요구를 시공사업단이 전격 수용하는 대신 시공사업단이 요구하는 조건을 최대한 들어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이와함께 양측의 갈등으로 발생한 손해 및 향후 발생할 비용 책정 등 주요분쟁사항에 강제개입하겠다는 내용을 중재안에 담았다.

둔촌주공 재건축 갈등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장기간 정비사업이 지연되거나 권리관계에 관한 분쟁 등으로 해당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는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법 제28조 1항 제1호)’에 해당한다고 판단, 토지주택공사(LH·SH) 등 사업대행자를 세워 특정 범위에 한해 서울시의 결정을 따르라는 문구를 넣은 것이다.

중재안을 보면 ‘시공사업단이 요구하는 분양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 품질확보를 위한 적정 공사기간 연장, 공사중단·재개 등에 따른 손실, 조합의 마감재 고급화 요구에 따른 변경을 조합이 수용하되 적정범위 결정을 위해 사업대행자에 전권을 위임하고, 사업대행자의 판단에 (양측은)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가 제시한 중재안 일부

서울시가 제시한 중재안 일부

둔촌주공 조합원들로 구성된 둔촌주공정상화위원회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중재안을 전부 살펴보진 않았지만 중재안을 통해 공사가 재개될 수 있다면 환영하는 입장”이라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마감재 고급화, 상가분양 등 문제는 갈등의 소지가 남아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중재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조합원의 금전적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조합원에게 투명한 논의과정 공개 없이 밀실합의로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내용은 투명하게 공개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에 대한 합동실태점검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재안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정상화위원회측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다. 정상화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조합측은 조사단이 요구하는 각종 서류 및 증거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자칫 중재안 제시로 실태조사의 동력과 의미 자체가 상실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중재안을 통해 시공사업단이 30일 내로 공사를 재개할 것 역시 권고했으나, 시공사업단은 “계약무효소송 취하 및 조합총회 결의 취소가 선행되지 않은 공사재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 서울시가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중재안을 마련했을 뿐 강제성은 없다”며 적극개입 논란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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