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떨어졌다는데, 확 느껴지지 않아…체감 안 되는 집값 왜?읽음

류인하 기자
확 떨어졌다는데, 확 느껴지지 않아…체감 안 되는 집값 왜?

최근 부동산 가격지표 하락세지만
현장에선 가격 하락 체감 어려워

매매 거래 자체가 꽁꽁 얼어붙어
일부 사례가 시장 전체 과잉 대표

“뉴스에서 집값 떨어졌다더니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았잖아요.”

박모씨(43)는 최근 집값 하락세가 뚜렷하다는 소식에 내집 마련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러나 주말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를 돌아다니면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전용면적 84㎡에 8억원대 초반 매물을 찾자 한 공인중개사는 그에게 “지금 그 정도 가격을 생각하고 오면 보여줄 매물이 없다”고 했다. 박씨는 “매일 뉴스를 보면 어느 아파트가 몇억씩 떨어졌다고 나오지 않나. 노원구도 집값이 엄청 내렸다는데 정작 다녀보면 도대체 어디가 떨어졌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각종 부동산 가격지표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집값 하락을 느끼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집을 사려고 하면 자신이 사고 싶은 집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거래 물량이 거의 없어 일부 사례가 시장 전체를 과잉대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의 9월 2주(12일 기준) 전국 주간아파트 동향을 보면 전국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6%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도 0.16% 떨어져 9년9개월 만에 가장 크게 하락했다. 도봉구(-0.31%), 노원구(0.29%) 등의 낙폭이 컸다.

그러나 실제 이뤄진 거래들을 살펴보면 아직 ‘대세 하락’에 접어들었다고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특정 사례가 과대표되면서 집값이 전체적으로 하락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온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84㎡가 20억5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이는 2021년 10월에 거래된 종전 최고가 27억원(14층)보다 6억5000만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층수에 따른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해 초 84㎡ 평균 거래가 22억~23억원보다도 2억원 이상 하락했다.

반면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6일 20억9000만원(10층)에 거래됐지만, 20일 뒤엔 23층이 22억원에 거래됐다. 헬리오시티는 총 84개동 9510가구의 국내 최대 단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올 1~8월 매매거래는 32건에 불과하다. 여름 비수기를 감안하더라도 6월 1건, 7월은 5건에 그쳤다. 헬리오시티 인근 공인중개사는 “이 정도 대단지면 한 달에 적어도 40~50건 이상 매매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거래 자체가 멈췄다”고 말했다.

서울 전체 거래량으로 보더라도 7월 기준 전체 건수는 643건으로, 지난해 7월(4679건)의 7분의 1 수준이다. 아직 신고기간이 끝나지 않았지만 8월 거래는 540건으로 더 줄었다. 서울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급매로 거래되고 있는 것들은 100% 사연 있는 물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폭락 또는 하향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대출규제 같은 수요억제 정책으로 거래가 억눌려 있고, 매매 건수가 전체 시장을 파악하기에는 지나치게 미미한 상황”이라며 “하락 지역으로 꼽히는 곳에서조차 일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는 정상적인 하락 안정기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일부 하락 거래가 나오고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오른 만큼 떨어졌다”고 볼 만한 지표가 없는 점도 ‘대세 하락’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2022년 1~8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은 -0.86%다. 반면 지난해 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은 10.19%였다.올해 들어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하나 지난해 오른 집값의 11분의 1 수준밖에 떨어지지 않은 셈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특이한 사례가 마치 전체적 동향인 것처럼 수용자들이 받아들이면서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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