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은 영끌족이 던진 ‘옥석’ 줍고… 강남은 고분양가에 ‘마피’ 속출

정부의 대규모 부동산 규제완화를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주춤해지자, 매수심리도 소폭 반등했다. 다만 절대적 수준 자체는 여전히 낮고, 특히 강남과 강북의 온도차가 확인됐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시계열표 자료를 보면 이번주(1월4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6.0로 지난주(65.8)보다 소폭 반등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3주(99.6)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진 이후 13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 경우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수가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60대를 유지하고 있어 매수 심리가 되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1월4주 매매수급지수

3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성동훈 기자

권역별로는 강북권 매매수급지수가 지난주 65.5에서 이번주 66.3로 상승했다. 실수요자들이 금리 상승기에 급매로 나온 ‘옥석 줍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노원·도봉·강북구 등이 있는 동북권은 67.6로 지난주(66.8) 대비 0.8포인트 올랐다. 마포·서대문·은평 등이 있는 서북권도 지난주 61.0에서 이번주 61.8로 0.8포인트 올랐다.

실제 거래는 최고점 대비 가격이 많이 빠지고, 재개발 호재까지 있는 ‘알짜 매물’ 위주로 체결되는 분위기다.

GTX-C노선 광운대역 역세권 개발사업 호재가 있는 노원구 월계동 월계미성미륭삼호3단지는 이번달에만 3건의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전용면적 50㎡에 실거래가 5억8000만~6억500만원 선으로, 직전 최저가(5억1000)보다는 높지만 직전 최고가(8억7500만원)보다는 낮다.

GTX 2개 노선이 지나는 청량리역까지 도보 10분 내외 이동이 가능한 동대문구 답십리 래미안위브도 1월 들어 5건의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전용면적 84㎡에 실거래가 9억4000만~10억5000만원 선으로, 직전 최고가(15억5000만원)보다 5억 이상 낮은 수준이다.

강남권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 66.0에서 이번주 65.7로 하락했다. 양천·강서구 등이 포함된 서남권은 지난주와 이번주 모두 60.3로 변동이 없었지만,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가 포함된 동남권은 72.7에서 전주(73.5)에 대비 하락했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더플래티넘’은 전용면적 65㎡ 분양가가 14억5140만원이었지만, ‘초급매’ ‘마피’ 13억대 분양권 매물이 상당수 나와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1월 일반분양 29가구 모집에 7만5000여명이 몰려 약 26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전셋값도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수분양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분양권을 정리하려는 것이다. 강남은 다음달부터 대규모 입주장을 앞두고 있어 이같은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2.7로 전주(72.1) 대비 상승했다. 경기(67.4→68.8)와 인천(67.6→68.3), 5대 광역시(70.8→71.6) 모두 지수가 상승했다.

규제완화에 따른 상승 기대감으로 급매를 내놓은 물건을 전세를 돌리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전세수급지수도 소폭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70.4→70.7)와 서울 전세수급지수(66.9→67.8) 모두 지수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