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까지 부른 ‘전세사기’…인천시, 전국 최초 실태 조사 나선다

박준철 기자

전담부서 지정해 올 상반기까지 조사

보증금 못 받은 임차인 규모 파악 방침

지난 6일 밤 인천 주안역에서 전세사기로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를 위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 6일 밤 인천 주안역에서 전세사기로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를 위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인천시가 실태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지자체가 전세사기 피해 실태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시는 10개 군·구에 전세사기 전담부서를 지정하고 올 상반기까지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실태조사는 임대인이 소유 중인 건축물 등기부등본을 열람한 뒤 임대차신고서를 확인해 경매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을 찾아내 전체 피해 규모를 파악할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는 도서지역을 제외한 인천 전역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전세사기는 미추홀구뿐 아니라 부평구와 남동구, 서구 등 곳곳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미추홀구는 자체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지만, 실제 전세사기 피해 규모와는 차이가 컸다. 미추홀구의 경우 전세사기 피해를 경매가 진행 중인 사례만 파악해 1235건으로 집계했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위원회’(피해대책위)는 1월 말 기준 피해가구가 3107가구라고 주장했다. 이중 65%인 2020가구에는 경매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경우 외에도 아직 경매에 들어가지 않은 사례가 포함돼있다. 전세사기 피해액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피해대책위는 추산하고 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지난달 구속된 건축업자 A씨(62)와 관계가 있다. A씨는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가구의 전세 보증금 126억원을 세입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인천과 경기 등에 아파트와 빌라 등 2700가구를 소유하고 있다.

인천시가 실태조사에 나서는 것은 미추홀구 이외에는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인천 주안역 택시정류장 앞에서는 전세사기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B씨(38)에 대한 추모제가 열렸다. B씨는 지난달 28일 전세보증금 7000만원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은행에서 대출연장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제를 연 피해대책위는 “정부 대책은 재발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미 발생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방안은 빠져 있다”고 호소했다. B씨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경매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대책위에 따르면 인천시가 마련한 긴급주거주택 입주자격도 경매 후 퇴거명령을 받아야 하는 등 문턱이 높고 주택도 238가구에 불과하다.

B씨의 경우 집이 경매에 넘어갔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피해사실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없었다. 이 확인서는 주택 경매가 끝나거나 강제 퇴거 조치가 이뤄져야 발급된다. 피해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1~2% 저금리 대출 전환과 함께 경매로 낙찰을 받거나 신규로 집을 살 경우에도 저금리 대출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HUG, 법률구조공단 등이 지난 1월 부평에 설치한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450건에 달했다. 인천시가 마련한 긴급주거주택 입주자는 현재 2명이다.

피해대책위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청년과 신혼부부들”이라며 “정부와 인천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살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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