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SH·GH 매입임대 사는데 7년간 10조… ‘거품 매입’ 중단해야”

심윤지 기자

경실련, 주택공사 서울·경기 매입임대 현황 공개

“고덕강일 4단지 기준 건설원가보다 2억원 비싸”

“시세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매입해 건설사 이익”

정부가 공공임대아파트를 직접 건설하는 비용보다 한 채당 최대 2억원이 더 비싼 가격으로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서울경기 지역 매입임대 분석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서울경기 지역 매입임대 분석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GH(경기주택도시공사)의 2016년~2020년 서울·경기 지역 매입임대주택 현황을 28일 공개했다. 매입임대주택은 기존 다가구주택 등을 사들여 최저 소득계층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제도로, 2004년 도입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3개 공사가 7년간 서울·경기 지역에서 사들인 매입임대주택은 총 4만4680가구였다. 총 지출금액은 10조6486억원이었다. 이는 LH의 2021년~2022년 매입임대 현황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전년 대비 상승률을 고려하면 총 18조로 추산된다는게 경실련 측 설명이다.

경실련은 LH·SH·GH에 2016~2022년 기존주택매입사업 목록을 정보공개청구했으나, 청구에 응한 SH와 GH와 달리 LH는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했다. 경실련은 2016~2020년 LH 매입임대현황은 국회 국토위 국감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민간 건설사가 지은 주택을 공공임대 목적으로 사들이는 비용은 정부가 직접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것보다 비쌌다. SH가 공개한 고덕강일 4단지(2020년 분양)의 건설원가와 LH 매입임대아파트의 전용면적 ㎡당 가격은 각각 512만원, 845만원이었다.

이를 일반적인 임대주택 전용면적(59㎡) 기준으로 환산하면, LH의 매입임대아파트 1채를 매입하는 가격은 5억원으로 고덕강일4단지 아파트 건설원가(3억원)보다 2억원이 더 비싸다는 계산이 나온다. 동일면적 다세대주택 1채(4억7000만원)를 매입하는 가격보다도 1억7000만원이 더 비쌌다.

경실련은 “기존 주택 매입가격이 아파트 건설원가보다 훨씬 비싼 이유는 매입가격을 시세를 반영한 감정평가 가격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라며 “현행 감정평가 방식에 따르면 실제로는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고 있더라도 과거에 있었던 고가의 거래가격이나 분양가격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고 했다.

LH 매입임대주택과 SH 공공아파트 건설원가 비교. 경실련

LH 매입임대주택과 SH 공공아파트 건설원가 비교. 경실련

LH, SH, GH 매입임대주택 연도별 현황. 경실련

LH, SH, GH 매입임대주택 연도별 현황. 경실련

경실련이 매입임대주택 현황을 분석한 것은 최근 LH가 고분양가로 시장의 외면을 받은 미분양 주택(서울 강북구 수유칸타빌)을 공공임대 목적으로 매입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 발단이다. ‘국민 세금으로 건설사 민원을 해결해준다’는 비판이 커지자 국토부는 매입임대사업 전반에 대한 감찰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미분양주택을 매입임대주택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지시를 내린 상황이라, 매입임대주택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 현재 LH는 주택매입 가격 기준 등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3개월째 주택매입을 중단한 상태다.

경실련은 ‘집값 거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는 것보다 공공이 직접 건설하는 주택 공급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지부족으로 공공주택 신축이 어렵다면 매입 가격을 건설원가 수준으로 낮추고, 매입 임대 주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실련은 “공기업들이 시세나 다름없는 비싼 가격으로 매입임대주택을 대거 매입한 덕분에 건설사와 사업자들은 손쉽게 이익을 챙겼으며, 집값 가격거품은 더욱 커질 수 있었다”며 “매입가격기준을 논의하지 않고 매입임대주택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민간에 세금을 퍼주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다만 기존주택을 임대목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신규택지 확보가 어려운 공공주택 건설의 ‘대체재’ 성격으로 등장한 기본적으로 매입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LH는 이날 경실련 보도에 대해 “건설형 공공주택은 대규모 택지개발을 전제로 하여 신속한 주택공급이 어렵고, 서울 등 수도권에는 개발 가능한 토지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며 “그 대안으로 직주근접 등 도심 내 주거취약계층에게 신속한 주택공급을 위해 매입임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실련 보도자료에 언급된 SH 고덕강일4단지는 대규모 공공주택지구(그린벨트해제) 내 건설된 분양주택으로, 도심 내 위치한 기존주택을 매입하는 매입임대주택과 가격적 부분만을 가지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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