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지역 상가 경매 건수가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공실 상태를 견디기 어려워진 상가 매물이 경매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경매에 나온 물건 가운데 주인을 찾는 물건은 10건 중 1건에 그쳤다.
2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총 237건으로 집계됐다. 2016년 11월(244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달(100건)의 2.4배에 달한다. 2022년까지만해도 월평균 81건 가량이던 서울 지역 상가 경매 건수는 지난해 월평균 135건으로 늘어났고,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195건으로 급증했다.
경매시장에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수요는 없어 낙찰률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경매에 나온 서울 상가 매물 237건 가운데 낙찰된 물건은 28건으로, 낙찰률은 11.80%에 그쳤다. 경매에서 주인을 찾는 물건은 10건 중 1건꼴에 그쳤다는 얘기다. 이는 2012년 7월(10.4%) 이후 가장 낮은 낙찰률이다. 상가 낙찰률은 지난해 1월 이후 10∼2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낙찰되는 물건도 대부분 감정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지난달 서울 상가 경매 시장의 낙찰가율은 평균 66.6%로 전달(83.30%)보다 16.7%포인트 떨어졌다. 금천구 가산동 지식산업센터 내 한 상가는 지난해 11월 감정가 18억9300만원에 처음 경매에 나왔고, 다섯 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달 감정가의 40% 수준인 7억6700만원에 낙찰됐다.
송파구 장지동 대로변의 12층 규모 건물에 입점한 1층 상가도 다섯 차례 유찰된 끝에 감정가의 20% 수준인 1억7268만7000원에 낙찰됐다. 동대문의 패션쇼핑몰 내 한 상가는 3차례 유찰을 거친 뒤 지난달 감정가의 절반 수준인 2150만4000원에 다시 경매에 나왔지만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 연구원은 “경기침체로 경매에 나오는 상가는 늘고 있지만 고금리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임대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수요는 별로 없다”며 “임대시장이 향후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지 않아 상가 경매 시장도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