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임대인 대신 임차인에게 상환(대위변제)해준 전세금이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병태 HUG 사장은 보증사고율에 비해 보증료율이 너무 낮은 상태라며 전세금반환보증 보증료율 인상을 시사했다.
유 사장은 25일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정부와 협의해 전세반환보증 보증료율 현실화를 검토하겠다”면서 “보증료율을 현실화해도 가입하는 임차인에게 부담되어선 안 된다는 전제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반환보증 보증료는 보증금액×보증료율×(보증기간에 해당하는 일수/365일)로 책정된다. 현재 HUG 전세반환보증 보증료율은 아파트 기준 연간 0.128%, 그 외는 0.154% 수준으로, 민간 보증기관인 서울보증보험(연간 0.183~0.208%)에 비해 낮은 편이다.
유 사장이 보증료율 현실화를 언급한건 전세사기·역전세 여파로 HUG의 대위변제액이 급증하고, 이로 인해 HUG의 재정 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HUG의 대위변제액은 총 4조5000억원에 달했다. 임차인이 가입하는 ‘전세반환보증’ 대위변제액은 3조5000억원, 임대인이 가입하는 ‘개인임대보증’ 대위변제액은 1조원으로 집계됐다.
HUG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유 사장은 “주택 매매·전세가격이 2022년 5~7월 정점을 찍은 만큼 올해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보증은 사고율이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다”면서 “상반기 중 대위변제가 지난해 하반기 수준까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 중에는 대위변제액 증가 추세가 꺾일 것이라고 유 사장은 기대했다. HUG는 지난해 5월부터 전세반환보증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췄는데, 이러한 효과가 내년 중 본격화되면 사고율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HUG 자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사고의 77%는 전세가율 100% 주택에서 발생했으며, 전세가율 90% 이하 주택의 사고율은 23%에 그쳤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안정적 보증 공급을 위해 공사가 보유하고 있어야 할 현금이 약 1조5000억원 정도”라며 “금융기관 차입 등으로 1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라고 했다.
지난 24일 첫 입주자 모집을 시작한 ‘든든전세주택’ 역시 HUG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든든전세는 HUG가 보증금을 돌려준 뒤 경·공매에 넘긴 주택을 ‘셀프 낙찰’ 받아 시세의 90% 수준으로 최장 8년간 임대를 놓는 사업을 말한다. HUG 입장에서는 임차인 보증금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매입 주택이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 잡히기 떄문에 회수율이 높아지는 두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