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세율 인상에 정부·여·야 공감대
‘1억2000만원 40%’땐 세수 1조원 증가
영국이 내년 4월부터 연봉 15만파운드(2억9000만원) 이상 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0%에서 50%로 높이기로 하는 등 주요국들에서 경제위기를 맞아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과세표준 8800만원(연봉 1억2000만원 수준) 초과분에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이 33%로 현재보다 2%포인트 인하될 예정이어서 ‘부자감세’ 비판이 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현행 과표구간을 조정해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여당 역시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 고소득 ‘증세론’ 제기 =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22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과표 1억2000만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0%의 세율을 적용하고 내년 예정된 소득세율 인하를 취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회 재정위 소속 여당 의원들도 과표 구간의 조정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나성린 의원은 “정치적 타협을 통해 과표구간을 신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김성식 의원도 과표구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국회에서 합리적인 대안이 모색되면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은 1996년 40%, 2002년 36%에 이어 2005년부터 현재까지 35%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소득세 납부자 중 과표 8000만원 초과자는 2003년 3만1000명에서 2007년 8만9000명으로 2.9배 늘었다. 과표 8000만원 이상 종합소득세 납세자도 7만2000명에서 13만6000명으로 1.9배 증가했다. 고소득층이 두꺼워지면서 최고세율 인상을 통해 소득분배 악화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윤종훈 시민사회경제연구소 기획위원(회계사)은 “고소득층에 대한 과표구간을 신설하면 부자 감세에 따른 폐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보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높은 선진국들도 과표구간이 4~5단계로 이뤄져 있어 과세체계가 복잡해질 것이란 지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 최고구간 과표와 세율은? = 신설 과표구간을 얼마로 할지에 대해서는 1억2000만원, 1억5000만원 등 의견이 다양하다. 이정희 의원안이 수용되면 과표 1200만원 이하 6%, 1200만원 초과 4600만원 이하 16%,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25%, 8800만원 초과 1억2000만원 이하 35%, 1억2000만원 초과 40%의 소득세율 체계가 된다. 이럴 경우 최소 1조원 이상, 최대 1조5750억원의 세수증가가 예상된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1억5000만원 수준을 검토 중이며 정부와 여당은 적극적인 의견개진은 없지만 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내년으로 예정된 2차 소득세율 인하를 유보하거나 취소하지 않는다면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